염소 사육농민 “산양보다 면양 수입량 많아” 문제제기

농민들이 수입 면양고기가 염소고기로 판매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염소사육 농민들에 따르면 국내서 판매되는 수입 염소고기중에 면양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충북의 한 농가는 “수입산 염소고기는 당연히 염소인줄 알지만 그렇지 않다”며 “산양보다 면양 수입량이 많은 것만 봐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농민들의 의혹은 현재로선 추측 수준이다. 실제로 면양고기가 염소요리의 재료로 쓰이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 부분에 대해 확인한 바 없다. 원산지 단속 기관인 농산물품질관리원도 농민들의 의혹을 실제 확인한 사실이 없다.

그러나 전남대학교 이지웅 교수는 최근 한 토론회에서 수입 면양의 염소고기 판매가 유통상 문제중 하나로 지적한 바 있다. 호주 등에서 들여와 염소탕집에서 쓰이는 양고기가 면양인지 산양인지 실제로 확인할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청주시 소재 염소고기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껍질이 없는 상태로 들여오는 것은 면양이고 껍질이 있는 것은 산양”이라며 “국산 흑염소는 대부분 껍질이 있어 이렇게 구분해서 쓴다”고 말했다. 

농민들의 의혹대로 수입산 양고기는 면양의 비중이 크다. 2015년 면양의 총 수입량은 7684톤에 달했다. 반면 산양고기는 1569톤에 그쳤다. 면양고기가 산양고기보다 훨씬 많은 것이다. 또 면양고기의 수입량은 2014년 이후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똑같이 양고기이지만 면양과 산양은 엄연히 다른 종이다. 염색체수도 다르고 유전적으로도 확연히 구분돼 교배 자체가 안 된다는 것이다. 국내서 사육되는 염소는 산양과 유전적으로 가깝다. 그래서 수입산 산양과 국산 흑염소는 원산지 판별이 어렵다. 현재로서는 유전자 분석으로  판별을 하지 못한다. 반면 면양은 국내산 염소와 유전자 구별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농민들은 면양이 염소고기로 둔갑돼 판매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면양은 염소고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립축산과학원 한 관계자는 “현재 축산법에는 양과 염소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양’ 이라고 통칭하고 있다”며 “이 부분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원산지표시에 관한 법률 시행령 상에도 표시대상 축산물을 ‘양고기’로 명시할 뿐 염소와 양을 구분하지 않고 있다. 양과 염소를 같은 축산물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축산경영과 관계자는 “농민들의 의혹을 사실로써 받아들일 수는 없다. 추후 확인이 필요하다”며 “가타부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청주=이평진 기자 leep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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