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韓牛)가 요즘 식탁에만 오르내리는 것이 아닌, 사람들 입방아에도 오르내리고 있다. 내용은 쇠고기 근내지방도(筋內脂肪度)를 표시하는 마블링(marbling)으로 평가하는 현행 쇠고기 등급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근내지방 부정적 시각 부각 문제

이 문제는 이번에 처음 제기 된 것은 아니고 수 년 전부터 소비자단체와 일부 언론에서 제기했던 것으로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서 소비자 요구를 반영해 지난해부터 마블링 중심의 쇠고기 등급제 개편작업을 추진해 왔으며, 명칭 또한 서열식 평가방법이 소비자들에게 낮은 등급의 쇠고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줄 수 있음을 고려해 새롭게 검토하면서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다.

현행 쇠고기 등급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필요성을 제기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살펴보면 근내 지방을 높이기 위해 장기간 비육하며 많은 사료자원을 낭비하고 생산비를 높여 가격을 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고지방 식품을 소비자들이 먹게 돼 고지혈증(高脂血症)으로 뇌졸중이나 심장병 등 성인병을 유발해 국민건강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쇠고기 등급제는 1992년 7월 1,2,3등급으로 시작돼 1997년 1등급이 신설되고, 2004년 1++등급이 추가되며 현재와 같이 육량에 따라 A,B,C  3단계와 육질에 따라 1++, 1, 1, 2, 3등급 등 5단계 등급제가 도입돼 지금까지 이어 온 것이다. 이러한 쇠고기 등급제는 나라마다 평가방법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미국은 1916년에 도입돼 100년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와 같이 마블링을 중심으로 평가하고 있는 이웃 일본의 경우 1975년에 시작해 40여 년간 이어 온 제도이다.

우리나라의 쇠고기 등급제에 대해 여러 가지 평가가 있을 수 있겠으나 과학적이고 구체적인 근거보다 감성적인 주장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근내 지방에 대해 우리나라보다 월등하게 쇠고기를 많이 먹고 있는 나라와 비교하며 부정적 시각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것은 영양학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약간은 문제가 있는 부분도 있다. 식이(食餌) 중의 주요 지질성분인 중성지방은 글리세롤(Glycerlol)과 지방산의 에스테르 화합물인데, 총 지방함량도 중요하지만 지방산의 조성이 지방의 건강성을 평가하는 주요변수이다.

냉정·과학적 관점서 해결책 모색

실제로 맛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등심 내 단가불포화지방산(MUFA)은 한우가 54%인데 반해 미국산 Angus 쇠고기는 45%내외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혈중 LDL(低密度脂蛋白)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고 심혈관계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단가불포화지방산인 올레인산의 경우 한우가 미국이나 호주산 쇠고기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 한우의 경쟁력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

그동안 막연하게 지방에 대한 불안감으로 적색육(赤色肉)을 거부해온 반대 집단에 대한 성토보다 좀 더 냉정하고 과학적인 관점에서 문제의 해결점을 찾아 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전국한우협회와 한국축산식품학회가 주관해 ‘쇠고기와 건강에 관한 과학적 고찰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본 심포지엄에 참석한 아일랜드 식품연구소장인 트로이박사와 호주 맬버른대학교의 워너교수, 미국 텍사스 A&M대학교의 스미스교수 그리고 일본 큐슈대학교의 고토교수가 쇠고기 근내 지방섭취와 관련하여 심혈관질환과의 관계, 소비자 선호도 등 다양한 면에서 과학적인 조망을 했는데 쇠고기에 있는 단가불포화지방산인 올레인산은 소비자의 기호성을 증진시키고 심혈관질환 예방에도 긍정적이라는 연구결과들을 발표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감성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으로 반대논리를 가지고 다툴 것이 아니라 쇠고기의 등급제와 명칭 등을 소비자 중심으로 개편해 올바른 정보제공과 함께 합리적인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방향으로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생산자는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새로운 생산체계를 구축하며 수입쇠고기와 품질 차별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수익구조를 형성하고 소비자는 자신에게 적합한 쇠고기등급과 부위를 선택해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한우(韓牛)는 단순히 쇠고기를 생산해 내는 가축이 아닌 수천 년간 이 땅에서 한민족(韓民族)과 역사의 궤를 함께 한 소중한 민족 자산이다. 이는 우연이 아니고 한우가 우리나라 생태계와 민족성에 맞는 동물이기 때문 일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소는 농사를 지음에 간절히 필요한 가축이다. 소를 사랑하며 기르는 도를 알아야 한다. 성정이 사람과 같다’라고 해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비록 이제 농용으로 사용되고 있지는 않지만 한우를 사랑하고 그 번식기반을 잘 만들어 가는 것은 우리 민족에게 복된 길일 것이다.

소비자 합리적 선택 폭 넓혀줘야

정부 당국도 너무 조급하게 등급제 개편을 서둘러 기존 한우 생산 체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큰 우(愚)를 범하지 않도록 적정생산규모를 유지하면서 소비자의 요구를 합리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한우개량목표 설정과 생산시스템 보완 그리고 유통 및 소비시장의  합리적 변환 등을 점진적으로 모색할 수 있길 바란다. 또한 쇠고기 품질 등급제 개선과 함께 가축 생산 및 축산물 인증방식(HACCP, 무항생제축산물, 유기축산물 및 동물복지축산농장)도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실시해 소비자의 선택과 신뢰를 함께 받을 수 있도록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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