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국 월간 '감귤과 농업정보' 편집주간 농촌은 도시보다 바쁘다. 특히 젊은이들이 바쁘다. 농촌에서 젊다 해봐야40대나 50대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들이 감당해내야 할 일들이 농사일말고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농촌의 40~50대의 경우 위로는 노부모가 계시고아래로는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한둘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젊은 층이 대부분 직장으로 빠져나간 요즘 세상에 농사일말고도 큰일, 작은 일 궂은일,좋은 일 전부를 이들 이 도맡아야 한다. 농촌의 각종 행사도 만만치가 않아서 동네나 마을의 무슨무슨 운동, 회의,여행 그리고 친목 모임 경조사 돌아보기 등등 일 년 삼백예순 날 한 시도쉴 틈이 없다. 작업복 입는 날보다 외출복 입는 날이 갑절은 많고 농사에투자되는 돈보다 바깥일로 빠져나가는 경비가 훨씬 많다. 월말이 가까워지면 마루바닥에 수북한 각종 고지서나 독촉장에 시름이 같이 쌓이고 심신은 고달픈데 중년 넘긴 나이에 크던 작던 질병 하나씩은 지니고 산다. 신문도 받아보지만 시력이 달려 간판글자만 대충 읽고 덮을 수밖에 없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이 텔레비전 연속극이고 남자들인 경우한일전 축구시합이 고작이다. 농업도 분명히 직업이고 농업인은 그 직업에 충실해야할 의무와 사명감이있다. 가령 다른 직장에서 그 정도 바깥일에 바빴다면 해고도 몇 번은 해고감이다. 보도에 의하면 올 농사는 평년작도 안되는 것 같다. 논농사와 밭농사는 흉작이고 과수농사는 배농사를 제외하면 풍작이다. 그런데다 기상악화로 품질이 많이 저하돼 소비 둔화가 우려된다. 수익이 준다해서 생활비가 면제되는 것도 아니다. 농촌은 이래저래 어렵다. 귀농인들도 일, 이년 있다가 도시로 되돌아간다. 끝내 남는 건 나이 든사람과 농가부채 뿐이다. 농가부채가 그냥 느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농사외에 지출되는 비용이 많고 농사 밖의 일이 더 많아서 그렇다. 우리 나라 농촌의 전형은 이렇다. 사회가 이들의 문제를 헤아려야 할 때다. 정부도 이 문제에 관심을 둬야 한다. 오직 농사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이들에게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한다. 농업인은 농사일에 바빠야 한다. 농업인이 만만하다고 해서 그들을 자꾸만 집 밖으로 끌어내지 말았으면 좋겠다. 모든 사람은 자기 위치에서 충실할 때가 가장 보기에 좋다.입력일자:99년 10월 14일
한국농어민신문webmaster@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