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참여조직 출하실적 있는 농업인만 지원 자격 도마
직거래 농가 등 소외…“유통경로 다양화 독려하더니” 시끌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늘어나는 수입 과일에 맞서 국산 과일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FTA기금 과수고품질시설현대화사업’이 정부의 또 다른 유통 정책과 충돌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유통 경로 다양화 기조에 맞춰 유기농, 직거래, 로컬푸드, 가공 등으로 생산·유통하는 농가들은 철저히 이 사업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FTA기금 과수고품질시설현대화사업은 칠레와 FTA를 맺은 2004년 이후부터 추진되고 있다. 2016년도 사업의 경우 사과, 포도, 복숭아, 떫은감, 자두 등이 대상 품목이며 국비 20%, 지방비 30%, 융자 30%, 자부담 20% 등의 사업비로 관수관비시설, 관정개발, 지주시설, 배수시설 등의 고품질 재배 시설을 확충할 수 있다.

이 사업의 신청자격 중에 농가들의 불만사항이 팽배한 부분이 ‘2015년 참여조직에 출하실적이 있는 농업인만 지원이 가능하다’는 대목이다. 정부가 한편에서는 직거래나 로컬푸드 등의 유통경로를 농가들이 활용하라고 유도하고 있지만 정작 또 다른 정부의 생산·유통 사업에서는 이들이 배제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유기농 농가들은 농협 연합사업단 등의 참여조직에서는 유기농을 취급하지 않거나 못하는 곳이 비일비재하고, 영농조합법인 등 조직화를 취하려 해도 재배 농가들이 많지 않고 전국 단위로 퍼져 있어 사실상 출하조직을 만들기도 어렵다고 비판하고 있다.

지역의 한 과수농가는 “현 정부에선 어느 정부보다 직거래나 로컬푸드 등의 유통 경로 다양화와 가공, 체험 사업 등을 강조하고 있는데 과수고품질시설현대화사업에선 정부 정책 방향에 맞춰 생산하는 농가들은 외면 받고 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라며 “영수증 등 납품 거래 실적을 통해 충분히 직거래 등의 유통을 하고 있다는 것도 증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농가는 “유기농의 경우 농협 등 출하조직에서 받아주지 못하는 곳이 많다. 이런 것을 개선하는 게 먼저지 않겠느냐”며 “또 사업을 받으려면 직거래하는 농가나 유기농을 생산하는 농가도 조직화하라고 하는데 이는 우리 현장을 전혀 모른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에선 조직화에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부터는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개별적인 농가 대응보다는 법인을 구성하거나 조직화하자는 측면에서 참여조직에 출하 실적이 있는 농가로 신청자격을 한정했다. 직거래로 유통하거나 유기농으로 생산하는 농가들도 조직화를 하면 좀 더 나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다만 올해 사업을 평가해보고 일부 농가들의 지적에 대해선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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