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랭지 무 파종기 앞두고 ‘위황병’에 산지 몸살

5월 중하순의 고랭지 무 파종기를 앞두고 산지에서 농업인과 유통인들이 한창 계약에 들어가고 있는 가운데 무 병해인 ‘위황병’으로 인해 계약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또한 위황병으로 인해 많게는 절반 이상의 물량이 상품성을 잃는 등 농산물 수급 및 관측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산지에서의 전언이다.

빨라야 30~40일 후 증세 나타나 농민-유통인 ‘누구 잘못이냐’ 두고 논란
고랭지지역 시작 경기·충청까지 발병 이어져…수급·관측에도 악영향 우려


▲농가와 유통인 간 분쟁 커져=무에서 발생하는 위황병은 토양이 산성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추정되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과 진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감염되면 빨라야 30~40일, 길게는 60일이 지나야 증세가 나타나기에 계약 이후 농가와 산지유통인 간 분쟁 소지가 크다. 특히 뿌리 등 밑동이 검게 변하는 증상이 주라서 수확 이후 발병 사실을 아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위황병이 처음 발병한 것은 10년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지난해 유독 기승을 부렸다는 게 산지의 전언이다. 가뭄 과정에서 위황병 발생 확률이 높고, 지난해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발병률이 높았다는 것. 일부 산지에선 절반 이상, 많게는 70% 이상의 계약 물량이 위황병에 걸려 한해 농사를 망쳐야 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해 크게 늘어난 위황병으로 인해 파종을 앞둔 올 계약 과정에서 급격히 위황병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5월 중순 이후엔 고랭지 무에 대한 파종이 시작되는 가운데 적어도 45일 전후면 농업인들이 산지에서 손을 떼는 무 계약재배 현실 상 위황병으로 인한 피해를 누구의 잘못으로 돌려야 할지 애매모호하기 때문이다.

지역의 한 산지유통인은 “연작 등으로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큰 밭에는 무를 심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병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심다가 병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며 “문제가 발생할 경우 토양의 문제이기에 농가들이 책임을 져야 하지만 농가들에게 모든 피해를 다 감내하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강원도 강릉의 한 농업인은 “연작을 해도 문제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곳도 있는데 무작정 농사를 안 지을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올해 계약과정에서 서로 논란이 될까봐 계약과정에서 이 문제를 빼놓고 계약을 맺기도 하는데 불씨는 계속 살아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수급 및 관측에도 영향=계약과정에서의 분쟁을 넘어 민감 품목인 무의 수급 조절 및 관측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위황병의 경우 강원도 고랭지 지역을 시작으로 최근엔 경기도와 충청도까지 발병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무 재배 특성상 고랭지 무의 경우 여름철~초가을 등 특정 기간에 특정 지역에서 물량이 나온다.

이에 한 지역에 위황병이 창궐하면 그 기간에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 이는 예상 관측과는 다른 결과물을 내놓고, 결국 수급조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위황병이 충청 이남에서도 발병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의 한 농업인은 “이곳 임계 지역의 경우 지난해 재배에 들어간 무 중 절반 넘는 물량이 위황병 등 병해가 발생해 큰 손실을 입었다”며 “고랭지 무의 경우 일 년 중 한 시기만을 바라보고 있기에 위황병이 발생하면 결국 한해 농사를 망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도매시장의 한 유통종사자는 “배추나 무 등 민감 품목에 병해가 발생하면 더 우려스러운 것이 연중 전역에서 물량이 출하되는 게 아니라 특정 기간에 특정 지역에서만 주 출하되기 때문”이라며 “재배 면적 추정치가 맞아 떨어지고, 날씨 등의 영향이 거의 없어도 ‘관측이 잘 맞지 않는다, 수급 조절이 잘못됐다’고 하는데 이는 대부분 이러한 주요 작목의 재배 특성과 맞물려 이 지역에서의 병해 발생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김영민·김경욱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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