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공판장 정가·수의매매 활성화를 위한 연구용역 발표 및 토론회

▲ 지난 11일 농협 신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농협공판장 정가·수의매매 활성화를 위한 연구용역 발표 및 토론회 전경.

농협의 정가·수의매매 목표치가 너무 높게 설정돼 있어 현실에 맞도록 과감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따라서 단순 목표치 달성에 매몰되기 보다는 정가·수의매매 추진에 내실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농협경제지주 농산물도매분사는 지난 11일 농협 신관 대회의실에서 ‘농협공판장 정가·수의매매 활성화를 위한 연구용역 발표 및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는 그동안 농협공판장의 정가·수의매매 추진성과와 함께 향후 추진계획이 발표됐다. 농협은 정가·수의매매 활성화를 위해 공동선별 출하 연합조직 중심의 우수 출하처를 육성키로 했다. 이를 위해 공판장과 산지조직 간의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한편 업무협약을 체결한 산지 연합조직에 대해서는 물류비용을 지원하고 공판장에 대해서는 상품화 비용이나 가격보전 등을 탄력적으로 운영키로 했다. 또한 단기형 예약 수의 방식을 도입한 후 장기형 방식으로의 전환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올해 농협중앙회와 경제지주의 정가·수의매매 총 실적을 8500억원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0년까지 64.5% 계획…실적 위주 추진 우려
“과도한 목표치 부여보다 내실화 기해야” 지적


▲과도한 목표치 조정 필요=농협은 농협경제사업 활성화 평가지표로 정가·수의매매 비중을 2017년 24.8%, 2018년 33.9%, 2019년 46.7%, 2020년 64.5%까지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러한 실적 위주의 목표치 설정이 되레 내실 있는 정가·수의매매 정착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농협의 자체 분석에서도 이러한 결과는 잘 나타나 있다. 농협은 실적 위주의 사업 추진으로 정가·수의매매의 목적인 예약 수의매매 비율은 낮고 당일 물량과 품위 등으로 확인해 추진되는 현물 수의비중이 높다고 자체 분석을 내 놓았다. 실제로 공판장의 설문조사 결과 현물 정가·수의매매가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실적 위주의 과도한 목표치를 부여하기 보다는 내실 있는 정가·수의매매 정착을 위해 현실에 맞는 사업추진 목표가 재설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1일 열린 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제안이 주를 이뤘다.

위태석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박사는 “어느 정도의 목표 설정은 필요한데 너무 과도하게 목표치를 잡으면 오히려 경매사들을 범법자로 양성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과도하게 설정된 목표치는 바로 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승구 동국대학교 교수는 “정가·수의매매 비율이 현재 20%대 정도이고 최대로 비율을 높여도 30% 정도일 것으로 추정되는데 65%까지 비율을 높인다는 목표와 의욕은 좋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실현 가능성이 반영된 목표치 설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가·수의매매 내실화 방안은=이날 연구용역 발표를 한 권승구 동국대학교 교수는 정가·수의매매 도입 및 확대 필요성에 대한 교육과 인식공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권 교수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소비지 변화에 대응해 제도가 도입이 된 점을 볼 때 우리나라도 소비지의 빠른 여건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정가·수의매매를 발전시켜 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권승구 교수는 “정가·수의매매는 정형화된 시스템이 없다 보니 변화하는 소비지에 대한 대응이 늦거나 소극적인 경향이 나타난다”며 “따라서 정가·수의매매에 대한 교육 및 인식공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태석 박사도 “각 공판장 별로 소위 정가·수의매매 교관을 한 명씩 육성해 이들이 내부교육을 통해 인력을 육성해 나가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유통주체인 경매사들이 산지와의 가격 교섭력을 가질 수 있도록 능력을 제고하는 한편 규모화된 산지에 맞는 소비지(중도매인)의 육성이 동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산지와 소비지의 힘의 균형이 무너질 경우 가격 교섭력이 어느 한쪽에 치우칠 수 있어 정가·수의매매 본래 취지에 맞지 않는 다른 형태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는 것.

우성태 농협 가락농산물공판장 사장은 “정가·수의매매 활성화를 위해서는 큰 거래처와 거래 또는 분산능력이 있는 중도매인의 육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도매법인들의 역할도 중요한데 도매법인의 역할을 특수거래부터 영업이 가능하도록 현행 규제를 풀어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안성기 햇사레과일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는 “정부 정책에 따라 산지에는 규모화된 APC들이 많은 반면 소비지에는 이러한 물량을 처리할 수 있는 규모화된 중도매인이 많지가 않다”며 “이처럼 (산지와 소비지의) 균형이 맞지 않아 정가·수의매매를 늘리는 데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유택신 농협경제지주 농산물도매분사장은 “정가·수의매매 활성화를 위해 농협 도매분사에서 할 수 있는 사항은 현장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추진하고 정부와 협의할 사항은 협의해 나가겠다”며 “또한 산지나, 소비지의 역할에 대한 홍보도 필요할 것으로 보여 정가·수의매매를 올바로 이해하도록 교육시스템도 변화를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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