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국산 생녹용의 유통이 시작된 가운데 한의사단체가 국산 생녹용의 사슴만성소모성질병(CWD) 및 기생충 감염 위험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사슴 사육 농가들이 값싼 수입산 건녹용을 독점하려는 행태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사슴만성소모성질병·기생충 감염 위험성 명분 삼아
사슴사육농가 “값싼 수입산 건녹용 독점행태” 반발


문제의 발단은 지난달 2일 경남 진주의 사슴 사육 농가에서 사슴의 중추신경계에 손상을 입혀 체중감소 후 폐사에 이르는 이른바 ‘사슴만성소모성질병’이 발생하면서 부터다. 방역당국이 지난달 4일 해당 농장에 사육 중인 35마리를 모두 살처분 했고, 이후 해당 농장을 통해 사슴이 판매된 함양과 진주 등 농장의 72마리까지 총 107마리를 살처분했다. 방역당국의 역학조사 결과 사슴만성소모성질병에 양성반응을 보인 건 총 11마리였다.

이에 대한한의사협회 측은 국내산 녹용의 섭취 자제를 권고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국내산 생녹용의 식품 유통을 엄격히 관리해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한의사협회는 사슴만성소모성질병을 ‘광록병’이라 부르며 “한국은 광록병으로부터 결코 안전한 나라가 아니며, 국내산 녹용을 식품으로 복용할 시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특히 건조하지 않은 국내산 녹용은 광록병 뿐 아니라 기생충 등 감염의 위험성이 상존한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슴 사육 농가들은 생녹용을 추출·가공해 섭취하면 인체에 무해하다며 한의사협회의 주장에 반박하고 나섰다. 국내산 생녹용은 날것으로 섭취하는 게 아니라 추출가공식품에만 사용되기 때문에 기생충으로부터 안전하고, 특히 사슴만성소모성질병은 사람에게 전파된 사례가 없다는 것이 사슴 사육 농가들의 주장이다. 또한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도 사슴만성소모성질병이 사람에게 감염된 사례나 과학적 증거가 아직까지 없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사슴 사육 농가는 “지난해 2월 식품공전이 개정되며 생녹용도 추출가공식품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라며 “정상적으로 유통된 생녹용을 날것이 아닌 달여 먹으면 위생 문제나 사슴만성소모성질병 감염 우려가 없다”라고 말했다.

사슴 사육 농가에서는 한의사협회의 국내산 생녹용 관련 위생과 질병에 대한 문제제기가 국민의 건강보다는 값싼 수입산 건녹용을 독점해 이득을 보기 위한 처사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신대복 사슴협회 사무총장은 “한의사들이 국내산 녹용을 사용하면 약의 단가가 상승하기 때문에 위생과 질병 문제를 운운하며 이익을 취하려는 것으로 한의사협회의 근거 없는 비판에 적극적으로 맞설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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