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상지대 총장, 경실련 공동대표

선거철이 되었다. 우리나라 농정의 절반 이상을 담당할 우리 고장 일꾼을 뽑는다. 도지사/광역시장, 도의원/광역시의원, 군수/시장/구청장, 군의원/시의원/구의원 그리고 각 단위 비례대표의원 등을 뽑는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뽑는 것보다 훨씬 더 우리 일상생활에 가까운 내 집안 심부름꾼을 뽑는다. 내 발등 찍을 사람 잘 걸러내야 이렇게 5월31일은 머슴 중에도 가장 상(上)머슴, 심부름꾼 중에서도 가장 정직한 심부름꾼, 대변인 중에서도 가장 입 바른 대변인을 뽑는 날이다. 바야흐로 정부, 자치단체의 권한과 예산이 전체 국가권력과 정부 예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지방자치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어떤 사람들을 그 자리에 4년 동안 앉혀서 우리 살림을 맡길 것인가는 그래서 아주 중요하다. 우리는 또다시 앞으로 4년간 투표 따로, 욕 따로 하면서 살아갈 것인가. 또다시 일상생활과 경제 사회 문화 분야의 우리 고장 살림을 부적격자에게 맡겨 놓고 정부 욕만 해댈 것인가. 그러지않기 위해서는 이제까지 자기 자신의 투표행태를 심각히 반성하고 앞으로 4년간을 심각히 고민해 보아야 한다. 일꾼을 잘못 뽑아 놓고 누굴 탓하고 욕할 것인가. 농민들이 농민대표를 뽑지 않고서는 나중에 지방농정이 잘못되고 있다고 자치정부를 비난할 구실이 없다. 특히 농업이 지방행정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지역일수록 농민 유권자 한 분, 한 분들의 투표 행방이 지극히 중요하다. 제 발등을 찍을지 모를 대표자를 또다시 뽑아서는 아니된다. 이미 지난 11년 동안 겪어 봤듯이 투기꾼 건설업자들을 뽑아 놨더니 산 좋고 물 좋은 우리 고장, 내 동네를 아파트와 러브호텔, 별장과 모텔, 골프장, 불고기 가든으로 바꿔 놓았다. 대부분 지역의 농촌주민들이 이젠 도로 건설은 그만하고 아파트 그만 짓고 러브호텔, 골프장은 그만 하자고 주장하면서도 투표할 땐 따로 논다. 대통령 욕, 장관 탓, 정치가(국회의원) 욕을 막 해대면서도 선거 때의 자기 잘못은 인정하지 않는다. 실제 지방 행정을 좌지우지하는 시장/군수. 군의원을 잘못 뽑아 놓고도 자기가 투표를 잘못한 것은 덮으려 한다. 농촌 걱정을 많이 하는 농민들일수록 자기들이 투표를 잘못해, 일꾼을 잘못 뽑았다고는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 그건 잘못이다. 정치 잘못은 투표를 잘못한 것이 직접 원인이다. 이런 행태가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이다. 투표시의 자기 잘못이 잘못된 정치, 잘못된 행정, 잘못된 농정 실패를 자초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열린우리당이건 한나라당이건 정당들이 농촌·농민 살리려고 하지 않는데 왜 농민들이 특정 정당에 매달려 표를 찍어주나. 여야 국회의원들이 공모하여 자기권력을 행사하기 위해서 기초자치단체 대표마저 정당공천제로 바꿔놓았는데 언제 거대 정당들이 농민 생각해줬나. 한ㆍ칠레 FTA, 쌀재협상, 한ㆍ미 FTA 등에 대해 한나라당도, 열린우리당도 똑같이 찬성해줬지 않나. 제발 이번만은 농촌 주민들이 대오 각성해야 한다. 꼭 정당을 보고 찍으려면 그동안 농민편을 들었던 당 대표들을 찍는 것이 선진국 농민들의 자세이다. 꼴불견 정당싸움은 이제 그만 그러면 어떤 사람을 뽑을 것인가. 아니 어떻게 좋은 후보, 나쁜 후보를 구별할 것인가. 그건 아주 간단하다. 덜 나쁜 놈(사람)을 골라 투표하면 된다. 그렇게해서 더 나쁜 놈을 떨어지게 해야 한다. 예컨대, 선량한 서민들의 등을 쳐서 상당한 재산을 모았으면서도 세금을 안냈거나 떼어먹은 사람, 특별히 신체적 장애가 없으면서도 군대를 기피한 사람, 난개발과 땅 투기로 자연환경을 마구 파괴하고 오염시켜 왕창 돈을 번 졸부들과 그 앞잡이들은 나쁜 후보 1순위이다. 수출해서 먹고사는 나라에서 이제 수지맞지 않은 농업은 포기하고 소농 가족농 고령농을 농촌에서 떠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말하며 행동하던 유식한 행정관료 출신과 학벌 자랑만 해대던 사이비 지식인들, 일정한 직업이 없이 다방농사나 짓고 골프장이나 고급술집 그리고 정치모임들을 일상적으로 드나드는 사람들도 악덕 후보 1순위이다. 이런 식으로 개인감정 차원을 떠나 그리고 개인적 혈연과 학연을 떠나 순전히 농촌 주민들의 입장에서 후보들을 평가해 보면 누가 더 나쁘고 누가 덜 나쁜지 어느정도 골라 낼 수 있다. 농업 농촌 농민을 위해서라면 발벗고 나서는 사람들이 가장 농업 농민에 가까운 사람이다. 직접 착실히 농사짓고 있는 건실한 일꾼을 가려내면 금상첨화이다. 그런데 농촌현장에 가보면 농민들이 자기 지역 농민대표나 농민 편에선 후보들을 자기나 마찬가지 무지렁이 농투성이라고 비하하며 자격이 모자란 것처럼 생각하는 농민들이 적지 않다. 그리고는 농업하고는 거리가 아주 먼 딴 직업 종사자 또는 자기 일가나 동창 친지를 선호하는 자기 비하현상이 종종 목격된다. 농업인들이 농업인들을 스스로 깔보는 행태가 가장 큰 문제이다. 농민 편 들어온 자를 ‘머슴으로’ 그 결과가 다름 아닌 농업인을 배제하는 지방행정의 난무이다. 농업인들이 자초한 지방자치단체의 농정부재현상, 그리고 농민무시의 행정이 판을 치게된 것이다. 선진국에선 농촌 주민들이 자기들의 상머슴으로 농업에 직접 종사하거나 일상생활에서 농민 편을 들어 온 사람들을 찍는다. 혈연, 학연은 다음문제이다. 정당들이 끼어들 틈도 안준다. 지방자치에 무슨 놈의 정당싸움이 필요하단 말인가. 언제 한번 우리 농촌 주민들이 마음 고쳐먹고 농민편에 서 온 후보들을 제대로 뽑아 낸 적이 있었던가. 심각히 반성해야 한다. 이제 지방행정에서만은 농업인이 주인이 되는 자치정부를 만들어 내기 위하여 이번만은 ‘덜 나쁜 놈, 더 농민편인 사람’을 정당에 관계없이 제대로 뽑았으면 한다. 후회 없는 투표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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