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 대규모 화훼시설 갖춘데다 저렴, 소국·장미 등 국산 품목과 겹쳐

▲ 최근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 꽃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베트남산 소국.

FTA 발효 불구 피해예측 산정 안돼 농가 대책 촉구 

베트남산 절화 물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한·베트남 FTA 발효로 향후 베트남산 절화류 수입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나 이로 인한 피해 예측 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조속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베트남산 절화는 2012년에는 22톤, 2013년에는 25톤이 수입됐다. 2~5월 국내 절화 성수기를 겨냥해 수입됐지만 물량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2014년에는 67톤, 지난해에는 95톤까지 물량이 증가했다. 특히 과거 12월에는 수입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한·베트남 FTA가 발효된 지난해 12월에는 한 달 동안 29톤이 수입됐다.

앞으로 물량은 더욱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세가 매년 2.5%씩 인하되기 때문이다. 베트남산 절화류는 한·베트남 FTA 협정발효일을 시작으로 10년에 걸쳐 균등 철폐된다. 지난해 12월 20일 발효되면서 25%이던 절화 관세는 22.5%로 인하됐고 이후 열흘 만에 해가 바뀌면서 올해는 20%로 낮아졌다. 앞으로도 매년 2.5% 씩 꾸준히 관세가 인하돼 2024년에는 무관세로 국내에 들어오게 된다.

실제로 최근 졸업대목을 앞두고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 꽃시장을 비롯한 화훼 유사도매시장에서는 베트남산 소국이 눈에 띄게 늘었다. 국내산 소국은 이번 겨울 일조량 등이 좋지 않았던 데다 난방비 부담이 커 생산량이 줄어들었는데 이 자리를 저가의 베트남산 소국이 차지한 것이다.

이에 국내 농가들 사이에서는 베트남산 절화류가 국내 화훼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베트남은 다국적 기업이 진출해 대규모 화훼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는데다, 수출 품목도 소국과 장미, 카네이션 등 국내 주요 화훼 생산 품목과 겹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워 저가의 화훼류를 생산해 수출하기 때문에 국내 화훼 시세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베트남 FTA와 관련해 절화부분의 국내 피해 예측이나 시장에 미칠 영향력 등이 간과되고 있는 점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당초 정부는 베트남산 절화 수입이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력이 미미할 것으로 판단해 한·베트남 FTA 피해 예측액 등에 절화를 산정하지 않았기 때문. 이에 농가들은 한·베트남 FTA로 인한 화훼 영향 분석과 피해 예측,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고 있다.

최성한 한국화훼생산자협의회장은 “소비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국내 시장에 저가의 베트남산 절화가 대량 풀리게 되면 그 피해는 국내 화훼농가의 몰락으로 이어진다”며 “베트남산 화훼류의 생산동향과 수입현황, 국내에 미칠 영향 등을 분석해 이를 바탕으로 국내 농가를 보호하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현희 기자 kimh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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