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목 한농연 농업정책연구소장

지금 우리 농정의 가장 큰 현안은 한·미FTA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빠르면 올 연말까지, 늦어도 내년 3월 말까지 한·미FTA협상을 끝내겠다고 한다. 주한 미상공회의소(암참)대표는, “협상타결에 자신이 없었다면, 추진하겠다는 발표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한다고 했고, 스크린쿼터도 일방적으로 축소하여 협상시작의 걸림돌을 사전에 제거했다. 스타영화인들의 1인 반대시위가 매스컴과 세인의 관심을 끌기도 했지만, 정부의 태도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대통령은 “이익단체의 저항 때문에 못가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람들의 관심은 스크린쿼터문제에서 멀어지고 있다. ○농민들 절규에도 귀닫은 정부 현재 6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는데다 한류바람도 만만치 않은 한국영화는 그래도 어떻게 버티어볼 희망과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농규모에서, 농업기술에서, 생산비와 가격 측면에서, 마케팅능력 면에서---어느 측면을 봐도 도무지 경쟁이 되지 않는 농업분야에 한·미FTA는 그야말로 청천벽력인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펀치를 많이 맞아 비실거리고 있는 플라이급의 우리 농업더러 헤비급 강자 미국 농업과 맞붙어 시합을 하라는 것이다. 농민들은 이제 막가는 심정으로 생존권 사수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협상을 중단하거나, 대책을 먼저 세우라”고 외치면서. 문제는 농민들의 절규에도 정부가 협상을 중단할 가능성이 아주 낮다는 것이고, 더 중요한 문제는 특별대책을 세운다고 하더라도 농민들이 그것으로 잘살기는 틀렸다는 점이다. 정부가 특별대책이랍시고 시장개방으로 피해를 입게 되는 농가에 대해 보상을 하고, 직접지불을 더 확대하고, 농촌복지를 더 확대하더라도 개방으로 농민이 잃게 되는 소득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개방에 따른 피해보상을 한다고 하면 얼마나 할 수 있을 것인가? 그 중요한 쌀에 대해서도 재협상 후, 가격하락분의 85%밖에 보상해주지 않았는데, 다른 품목에 대해서는 얼마나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몇 년 동안이나 할 수 있을 것인가? 직접지불을 확대한다면 얼마나 할 수 있을 것인가? 보상받지 못한 소득을 채워주고, 도시근로자들의 소득이 올라가는 만큼 직접지불을 계속 늘려줄 수 있을까? ○보상한대도 소득감소 불가피 분명한 것은 피해보상은 아무리 많아도 잃는 소득보다 클 수 없다는 사실이다. 또한, 한 푼 잃지 않더라도 도농간 소득격차는 커지고, 농민들의 생활수준은 상대적으로 퇴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농민들은 협상중단과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해서는 궁핍과 절망의 삶에서 벗어날 수가 없을 것이다. 우리 농민들의 목표는 피해보상을 넘어 풍요와 희망의 삶이어야 한다. 당장에는 잃는 소득을 최소화하는데 힘을 모아야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얻을 수 있는 소득을 크게 하는데 더 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마이너스’를 적게 하는 게임이 아니라, ‘플러스’를 크게 하는 게임에 집중해야 한다. 아무리 어려운 장애물이 우리 앞에 가로놓여 있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넘어 희망의 길을 가야 한다. ○어렵더라도 ‘희망의 길’ 찾아야 희망의 길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그러나 뚫으면 열리게 되어 있다. 한·미FTA와 WTO가 체급을 없애고 시합을 하라고 했지만, 몇 사람이 어떻게 협력하든 제한하지 않고 있다. 최고의 기술자와 최고의 마케팅 전문가, 농민들이 똘똘 뭉치면, 개별농가의 영농규모가 작다는 것이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 농촌 어디를 가더라도 아이들이 멱 감고, 물고기를 잡을 수 있도록 맑고 깨끗하게 관리해 준다면, 그 국토관리자인 농민에게 직접지불을 늘리는 것에 국민 아무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 깨끗한 환경에서 정성을 다해 키운 안전 농산물에 대해 소비자들은 기꺼이 높은 값을 지불할 것이다. 어려움을 한탄하는 사람에게 동정은 잠깐이다. 운명은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하고, 희망은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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