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0일, ‘대한민국 정부와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간의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이 국회에서 처리됐다. 한 달이 안된 오는 20일부터 한·중 FTA가 발효될 예정이다. 순식간이다. 한·중 FTA를 연내 발효하기 위해 정부·여당이 안간힘을 쓴 결과다. 이로써 우리나라 농산물 시장의 빗장이 모두 풀렸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축배를 들며, 온통 장밋빛 전망뿐이다. 곧 있으면 알 일이다. 그 축배에 꿀이 들었는지, 독이 들었는지를.

농업인들이 앞으로 닥칠 암울한 미래를 걱정하고 있을 때,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전·현직 의원들이 던진 얘기는 참으로 뼈아프다. 농업·농촌을 대변해야 할 이들이 오히려 농업·농촌에 비수를 꽂은 격이다.

현재 농해수위 간사를 맡고 있는 안효대 새누리당(울산 동구) 의원. 한·중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하기에 앞서 11월 30일 국회 본회의 단상에서 찬성토론을 벌였다. 그는 “한·중 FTA에 대한 농어업계의 우려를 이해는 하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FTA 발효로 누리는 실익과 실질적인 농수산업 대책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조속히 비준동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한·중 FTA가 금일 처리될 수 있도록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들의 간곡한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농해수위원이 직접 나서 한·중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해달라고 읍소하는 모양새다.

또, 하태경 새누리당(부산 해운대구기장군을) 의원은 ‘무역이득공유제 대안’에 대해 새누리당 초·재선 모임인 ‘아침소리’에서 11월 30일 “농촌 민감품목이 사실상 다 제외됐는데도, 불구하고 이걸 명분삼아 기업으로부터 1500억원을 뜯어내는 것은 기업을 착취하기 위한 억지명분 만들기에 다름없다”고 발언했다. 19대 국회 전반기에 농해수위에서 활동했던 하 의원은 농업인을 ‘건수만 있으면, 억지명분을 만들어서 기업을 뜯어먹는’ 사람들로 매도했다. 여·야·정협의체가 내놓은 ‘무역이득공유제 대안’은 농업계의 요구와는 전혀 다른 내용임에도, 하 의원은 무역이득공유제 대안을 마치 농업인들이 떼를 써 얻어낸 성과로 잘못 짚었다.

농업을 대하는 가치관은 다를 수 있다. 100명 중 99명이 맞다고 외쳐도, 유일한 반대가 맞을 때가 있다. 그러나 한·중 FTA는 다르다. 한·중 FTA를 발효하지 않아도 20년간 10조3825억원의 생산액이 줄어든단다. 그런데, 진짜 한·중 FTA가 발효되고, 농업인들의 불안한 심리까지 더해지면, 그 피해는 엄청나다. 때문에, 농업인들이 그 어떤 FTA보다도 더 심각성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우리 식탁을 보호하는 일, 농업인들만의 몫이 아니다. 국회도, 국회 중에서도 농해수위의 책임감은 더 크다. 그동안 농해수위원들 하나하나의 행동이 농업인들에게는 또다른 메시지였듯, 농해수위의 신중하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가 필요한 때다. 예전에 한 농해수위원이 말했다. “농업은 생명창고입니다. 그래서 농업인들이 필요합니다. 농업인들의 자존심, 농해수위가 세워드리겠습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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