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 한국화훼농협 고양시장미연합사업단 선별장 직원들이 잦은 비로인한 습한 날씨 때문에 발생한 잿빛곰팡이병 등 병충해와 일조량 부족에서 오는 늦은 성장으로 예년에 비해 1/2로 줄어든 장미를 선별 포장하고 있다. 김흥진 기자

“물량이 절반정도 줄었습니다.”

지난 8일, 연말과 크리스마스 등 화훼 성수기를 앞두고 분주한 손길이 이어져야 할 한국화훼농협 고양시장미산지유통센터 작업장 안에는 휑한 기운이 감돌았다. 이운주 고양시장미산지유통센터 팀장은 “보통 12월부터는 일주일에 2만속 정도를 작업하는데 기상악화로 장미가 잘 자라지 못하면서 지난주에는 1만2000속 밖에 물량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고양시장미산지유통센터 
잿빛곰팡이병·응애피해 극심
“생육장애로 수확할 게 없어”

출하량 줄어 가격 올랐지만
농가는 “수입 늘어날라” 걱정


지난 11월 내내 계속됐던 비오고 습한 날씨는 겨울철 성수기를 앞둔 화훼농가들에게 직격탄이 됐다. 특히 대표적인 호광성 작물인 장미는 한달 내내 흐린 날씨로 잿빛곰팡이병과 응애 피해 등이 유독 극심했고, 생육 자체가 늦어지며 출하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고양시 원당화훼단지 내 장미 농원에서도 한창 출하돼야 할 장미들이 이제 겨우 몽우리를 맺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곳 4000㎡ 시설하우스에서 국산 장미품종인 피치벨리를 재배하는 김영후 민이농원 대표는 “11월에 워낙 기상이 안 좋아 보광등을 켜고 시비를 늘리는 등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현재는 꽃을 내고 싶어도 생육장애로 인해 당장 수확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시장에서도 장미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공판장에서 열린 최근 4번의 경매(11월 30일~12월 7일)에서 장미는 7만624속이 출하되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만4000속 이상 물량이 감소했다. 여기에 품위도 전반적으로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출하량이 줄어 도매가격은 지난해와 비교해 30% 이상 올랐지만 오히려 농가들은 걱정을 앞세우고 있다. 동절기 수입산 장미의 유입 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운주 팀장은 “당장 다음주부터 베트남에서 장미 1만5000속이 들어온다는 소문이 들리는 등 올해는 과거보다 훨씬 많은 수입 장미가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동절기는 난방 등의 생산비가 적지 않게 드는데 작황이 워낙 안 좋고 수익도 불투명하다보니 아예 동면을 시키는 농가도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더 큰 문제는 연중 출하하는 장미의 특성상 현재의 생육 지연이 내년 2~3월 졸업 성수기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농가들은 2월 졸업시즌에도 물량 공급에 차질이 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탁석오 고양시 장미연합사업단 회장은 “20일까지 크리스마스 성수기에 맞춰 수확을 하고 이후 2월 졸업식에 맞춰 다시 꽃이 올라와야 하는데 지금 이 주기가 완전히 무너졌다”며 “맺혀있는 꽃들은 어떻게든 수확을 하겠지만 초겨울 햇빛을 제대로 받지 못한 묘목들이 겨울을 잘 견디고 2월에 제대로 꽃을 올릴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고 밝혔다.

김현희 기자 kimh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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