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예 농산물 최초로 의무자조금 시대를 연 인삼자조금이 올해 7월부터 본격적으로 조성되고 있는 가운데 인삼업계 내부에서 무임승차 문제에 대한 불만이 불거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하는 쪽에선 자조금을 별도로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목소리까지 내고 있어 자조금 도입 과정에서 해소되지 않은 내부 갈등이 촉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지난 10월 말 기준 거출률 60%…성공적 안착 기대 반면
제조·유통업체 이해관계 달라…내부갈등 촉발 불씨 우려
6년근 농가 “제대로 거출 안될 땐 따로 조성” 볼멘소리


한국인삼협회 등에 따르면 인삼자조금은 10월 말 기준 60% 가량의 거출률을 보이고 있다. 수치상으로 볼 때 출범 4개월 동안 자조금이 조금씩 자리를 잡고 있다는 평가들이 많다. 참여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에서 연착륙 수순을 밟아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론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 있다. 우선 자조금에 참여하지 않는, 이른바 무임승차에 따른 불만이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 제기를 하는 쪽은 6년근 생산농가들이다. 신광철 한국인삼6년근경작협회 회장은 “자조금 거출에 생산농가들은 잘 참여하고 있는 반면 일부 제조업체들이 참여하지 않고 있다”며 “인삼자조금이 좋은 취지에서 만들어졌는데, 하반기 도입돼 사업 추진 등에 시간적인 제약이 있는 여건에서 아직까지 자조금 납부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보다 본질적인 문제가 더 큰 변수다. 자조금 도입 과정에서 농가, 지역농협, 제조·유통업체 등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상황에서 ‘원예농산물 최초’라는 성과에 밀리며 내부 갈등과 이견이 해소되지 않은 채 봉합되는 수준으로 매듭지게 됐고, 이런 앙금들이 자조금 운영 동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잠재 요인으로 도사리고 있다는 부분이다. 이렇다보니 참여도에 온도차가 나타나고, 자조금 사업 등에도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벌써부터 별도의 자조금을 조성하겠다는 얘기가 나온다. 6년근 농가들은 무임승차 문제와 더불어 홍보 방향에도 문제가 있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신광철 회장은 “6년근 농가들이 거출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고려인삼과 함께 6년근 홍보도 이뤄져야 한다”며 “이런 문제들이 지속될 경우에는 내년 별도로 자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 추진상의 문제도 있다. 지나치게 홍보 중심으로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자조금은 출범 후 4개월여 동안 인삼마라톤 후원, TV 간접광고, 라디오 광고 등을 통해 국내 소비촉진과 홍보 활동 위주로 집중해 왔다. 고려인삼 유전자원 보호·관리, 신시장 개척을 위한 R&D 개발 등의 주요 사업은 시작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 황규광 농림축산식품부 원예산업과 서기관은 “수매 기간이 끝나고 제조업체들이 거출에 참여하면 올해 거출률은 80% 이상 달성할 수 있다”며 “무임승차 부분은 자조금 초기에 관망하고 있는 이들이 있어 차츰 참여가 늘어날 것으로 생각되며, 내년부터는 참여하는 제조업체들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으로 관련 논의가 진행 중”라고 밝혔다.

황규광 서기관은 또 “올해의 경우 소비 홍보에 초점이 많이 맞춰졌는데, 앞으로는 자조금 도입 취지에 맞게 균형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12월 예정된 워크숍에서 자조금 운영 및 내년 사업 방향 등에 대한 업계의 논의가 충분히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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