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또?”

여기저기서 한숨을 내쉰다. 고개를 뒤로 젖혀 천장을 바라보거나, 고개를 숙여 바닥에 시선을 꽂는다. 말 못할 감정을 각자의 방식대로 추스르는 중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끝까지 자리를 지켰던 사람들은 ‘오늘 회의는 취소됐습니다’라는 말을 듣고서야 힘없이 자리를 떴다. 11월 1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회의실 501호 안의 모습이다. 최근 한달간 농해수위는 10월 28일, 11월 10일에 이어 또다시 농해수위 전체회의가 파행을 맞았다. 세월호와 관련돼 여·야 갈등이 심화된 게 파행의 이유란다.

회의가 개의된 지 불과 10분도 안돼 정회된 바 있는, 10월 28일과 11월 10일의 전체회의에서는 내년도 농해수위 소관 예산안을 의결할 방침이었다. 11월 18일에는 앞서 처리하지 못한 예산안과 함께 한·중 FTA 대책도 안건으로 올리려 했지만, 회의가 열리지 않아 취소됐다. 농정의 최대 현안인 2016년도 예산안과 한·중 FTA 대책을 두고도 농해수위가 오직 정쟁에만 매달린 결과다.

특히 11월 10일과 11월 18일, 두 차례 회의에서는 160여건의 법률안을 일괄 상정하려했지만 이 계획도 무산됐다. 11월 중순임에도 내년도 예산을 처리하지 못한 농해수위, 핵심법안을 논의선상에 올리지 못하는 농해수위, 지금 농해수위의 현주소다.

특히나, 내년에 20대 총선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가 사실상 19대 국회의 마지막 활동이다. 그렇다면, 농해수위가 농업·농촌·농민을 위해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해수위는 서로 간에 고성까지 내뱉으며, 자존심만 세우고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현재 진행 중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에서는 농해수위 소관 예산안을 심사하지 못하고 있다.

농해수위는 여·야가 없다고들 한다. 이번에 여·야는 분명히 있었고 농업은 없었다. 매년 농해수위원들은 ‘농업예산 증가율이 국가 전체예산 증가율보다 낮다’면서 농업예산을 늘려줄 것을 요구해왔다. 또, 최근에는 한·중 FTA의 국회 비준을 앞두고, FTA무역이득공유제를 도입할 것을 촉구했고, 이 내용을 담은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도 농해수위에 접수돼 있다.

예산과 법안을 ‘때’가 있는 법. 그런데, 정작 가장 중요한 지금, 농해수위의 관심은 다른 데에 있다. 여·야가 풀 게 있다면 서로 풀어야 한다. 그래도 할 건 해야 한다. 이유가 어찌됐던 농해수위원은 농업·농촌을 최우선에 두고, 농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게 우선이다. 그 순서를 잊지 않길 바란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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