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단행된 농협중앙회의 지주회사식 신경분리 이후 현장에서 취지가 왜곡·변질되면서 지역농협의 경영악화로 이어지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무차별적 영업으로 “거래가격 낮춰 납품하라” 압력 
수수료 챙기기 급급…지역농협 이익 계속 줄어 울상 


지난해 강원도의 한 농협 미곡종합처리장 담당자는 농협중앙회 양곡유통센터 담당자로부터 황당한 지시를 받았다. 이 농협이 이미 쌀 20kg 한 포에 5만4000원에 납품하던 거래처인 K업체에 양곡유통센터 명의로 거래를 시작할 것이니 한 포에 5만1000원에 납품하라는 것이다. 수수료와 성과를 위해 무리하게 영업을 추진한 것이다.

이 농협 담당자는 부당성을 제기하며 지시를 따를 수 없다고 항변하자 양곡유통센터는 지시를 철회했지만 그 과정에서 지원금 문제를 거론하는 등 상당한 압력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중앙회 신경분리 후 크게 늘어난 자회사들이 각자 경영성과를 내려고 무리하게 영업을 추진하며 지역농협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농협의 한 전무는 “중앙회 자회사가 농업발전을 위한 필요에 의해 설립된 곳도 있지만 대부분 자기식구 챙기기 일환으로 만들어져 이렇게 무리한 영업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김우남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은 10월 4일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자회사 상임임원(대표·상임감사·전무) 55명 중 85%에 해당하는 47명이 농협중앙회 출신으로 확인, 농협중앙회 낙하산 인사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늘어난 자회사들이 공제와 카드, 저축성보험 등 신용관련사업과 비료·사료·농약 등 농자재 사업에 계통구매라는 명목으로 관여하며 수수료를 챙기고 있어 지역농협으로 돌아가는 이익이 줄고 있다. 특히 농자재사업이 중앙회 계통사업으로 거의 일원화되면서 수수료 등으로 판매가격도 상승해 일반 농자재판매점보다 경쟁력이 떨어져 고객들이 농협에서 이탈하는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횡성군의 모 농협 과장은 “줄어든 지역농협 몫의 수수료를 극복하기 위해 더 열심히 카드와 공제사업을 추진해 16%를 신장시켰지만 이익은 오히려 줄어들었다”며 중앙회 수수료 증가와 지역농협 수수료 감소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이 농협은 지난해 한 업체와 9억 원 상당의 대출건을 추진했지만 0.2% 정도의 이자를 낮추면서 중간에 끼어든 군지부에 밀려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대부분의 지역농협들은 예금과 대출 추진에서도 시군지부와 출혈경쟁을 벌이며 힘써보지만 도와 시군금고 유치 등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영업을 추진하는 중앙회를 극복하지 못해, 예대비율이 50% 선에 머물러 있다.

지역농협 대출담당자들은 “굵직한 업체들은 대부분 중앙회에서 선점하고 농업현장은 노령화로 새로운 투자가 침체돼 마땅한 대출처를 못 찾고 있다”며 “남는 자금을 중앙회에 재예치하면 0.2% 이자를 받는데 100억원이면 2000만원이다”며 인건비도 못 건진다고 말했다.

횡성군의 또 다른 농협 전무는 “브랜드 가치가 10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농협브랜드를 만들어 나가는 원천은 지역농협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농업인들의 땀방울인데 그 가치의 성과는 계통사업이라는 고리를 통해 중앙회가 독식하는 것 같다”며 “지역농협의 출자로 지역농협에 대한 지원과 지도를 목적으로 설립된 중앙회가 본연의 업무에서 벗어나 지역농협의 영역을 무차별 침범하면서 지역농협은 중앙회의 소작농이 되는 것 같다”며 대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강원=백종운 기자 back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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