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남원 행정마을의 ‘서어나무숲’. 극상림을 이루는 주요 수종이다.

숲도 변한다. 사시사철 똑같이 푸른 숲을 유지하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 숲은 오랜 시간에 걸쳐 기후에 따라서 또, 수분조건에 따라서 숲이 바뀌어간다. 이런 숲의 마지막 천이단계가 바로 ‘극상림’이다. 현재 기후조건에 맞는 가장 안정된 숲. 이 극상림의 수종을 이루는 서어나무와 서어나무가 모인 서어나무숲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숲은 식물이 나지 않는 ‘나지’에서 시작해, 지의류와 선태류, 1·2년생 초본류, 다년생 초본류, 관목성 목본, 양수성 교목, 음수성 교목 등의 순서대로 나고 자란다. 이 같은 천이과정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극상림을 이루게 되는데, 그 수종이 서어나무라는 것. 다시, 말하면, 나지에 이끼나 곰팡이와 같은 지의류・선태류가 나타난 이후 냉이, 망초 등 1·2년생 풀들이 자라난다. 다시 다년생 풀, 그 이후 점차 관목이 모습을 보인다. 그러다가 소나무와 같이 햇빛을 받으면서 자라는 양수성 교목이 살게 되고, 양수성 교목들 사이에서 음수성 교목들이 자라게 되며, 참나무 등 음수성 교목들보다 더 음지에서 자생할 수 있는 서어나무들이 숲을 이루게 된다. 이때가, 천이과정의 마지막 단계인 극상림인 것이다. 극상림에서만 볼 수 있는 나무 중 대표적인 게 서어나무라는 설명이다.

서어나무란 수피는 회색으로 근육질의 울퉁불퉁한 줄기를 가진다. 잎은 어긋나고, 길이 5.5~7.5㎝의 타원 모양 또는 달걀 모양이며, 끝이 길게 뾰족한 특징을 갖고 있다. 이 서어나무가 잘 보전돼 있는 곳 중에 하나가 전북 남원 운봉읍의 행정마을에 있는 ‘서어나무숲’이다. 이 숲은 행정마을 주민들이 마을의 허한 기운을 막기 위해 조성한 곳으로, 1600㎡의 규모에 30여그루의 서어나무들이 들어서 있다. 마을의 안녕을 위한 제사와 주민들의 쉼터로, 180여년전에 만들어진 인공숲이기도 한 이곳. 행정마을 서어나무숲에서는 음수성인 서어나무로 구성된 숲답게 햇빛이 들 공간이 적어 녹색 식물들이 거의 없다. 그래서 서어나무숲에서는 바람에 부딪히는 잎사귀들의 팔랑거림 외엔 들려오는 소리가 없을 정도로 고요하다. 서어나무숲만의 희귀한 특징이다.

특히 공해 등에 약한 탓에 도시에서는 극상림을 보기 힘들다. 숲이 천이되는 과정 중에 숲이 피해를 받게 되면 전 단계, 그 전전 단계로 되돌아가, 천이과정이 중단되는 경우가 많다. 포천의 광릉숲이 온전한 모습으로 극상림을 이루고 있는 것도 도시와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이같이 좀처럼 보기 힘든 극상림이기에 행정마을의 서어나무숲을 비롯해 전국의 서어나무숲이 최근 색다른 볼거리로 각광을 받고 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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