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도시형 농부시장 마르쉐@ 장터가 열렸다. 사진은 꽃비원 농장에서 판매하는 제철채소와 도시농부들이 만든 산야초김밥(위), 마르쉐@ 농부들의 사과, 단호박, 당근 등을 활용한 케익(아래).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러면 서로의 삶이 연결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이보은 여성환경연대 대안생활위원장)

농부·요리사·수공예가 합심  
산야초김밥·현미케이크·수수와플 등

국산 농산물 활용 멋진 음식 가득

"우리는 어떤 음식을 먹고 있나"
소농-도시민 농산물 매개로 소통


지난 11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도시형 농부시장’으로 불리는 마르쉐@ 장터가 열렸다. 빗방울이 떨어지고 찬바람이 부는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시장을 찾은 사람들은 산야초로 만든 김밥, 앉은뱅이밀로 만든 빵, 현미를 사용한 케익, 토종콩을 섞어 만든 찰강냉이 범벅 등을 맛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아 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개인 물컵과 그릇, 식기를 챙겨오거나 보증금을 내고 빌려야 했지만 이들에겐 이러한 불편함까지도 이색적인 매력으로 다가오는 듯 했다.

충남 논산에서 꽃비원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오남도 대표는 이날 시장에 다양한 노지채소와 사과, 배 등을 가지고 나왔다. 오 대표는 “마르쉐@는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는 소농이나 가족농들이 도시 소비자와 만나 농산물을 매개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라며 “생산물의 가치를 존중받을 수 있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말했다.

꽃비원 농장의 다양한 제철채소들은 원물 그대로도 판매되지만, 시장에서 가장 인기 높은 음식인 ‘달키친 달버거’를 비롯해 ‘인도집밥커리’, ‘고구마 파이’ 등의 재료로도 사용된다. 농장 한켠에 자란 찔레나무 열매는 수공예팀인 ‘아스튜디오’를 통해 예쁜 장식품으로 재탄생돼 판매된다.

이처럼 마르쉐@ 장터에서는 농산물과 1차 가공품을 판매하는 기존 직거래 장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생산자와 요리사·예술가간 협업을 통해 농산물의 새로운 활용방법을 찾는 다양한 실험들이 이어진다.

 

충북 제천에서 수수와 오디, 오미자 등을 재배하고 있는 류지수 씨는 지난 11일 장터에서 변준희 요리사와 함께 만든 수수와플을 판매했다. 류지수 씨는 “수수는 판로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 마르쉐@를 통해 요리로 판매해보니 훨씬 잘 팔리는 것 같다”며 “직접 지은 농산물로 만든 음식을 눈앞에서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들을 보니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러한 독특한 마르쉐@의 행보는 판로가 막막했던 소농·가족농에게 소득과 홍보창구를 제공해 주고, 획일적인 공산품 소비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에게는 먹거리 생산의 가치를 일깨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마르쉐@를 이끌고 있는 이보은 여성환경연대 대안생활위원장은 “마르쉐@를 통해 ‘우리는 과연 어떤 음식을 먹고 있나’를 질문하면서 먹거리와 나와의 관계를 돌아보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기존 농산물 유통체계에서는 판매하기 힘든 토종종자나 소농들을 위한 시장, 돈과 물건만 오가는 시장이 아닌 생산자에 대한 이해와 고마움이 오고가는 ‘관계가 있는 시장’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전했다.

김현희 기자 kimhh@agrinet.co.kr
 

마르쉐@는?
시장이란 뜻의 프랑스어에 장소를 나타내는 전치사인 at를 붙여 만들어진 마르쉐@는 지난 2012년 10월 12일 시작, 올해로 3년째를 맞았다. 대학로와 명동, 양재 등에서 정기적으로 시장이 열린다. 현재 농부팀, 요리사팀, 수공예 팀으로 나눠진 150개의 출점팀이 있으며 30여명의 자원활동가와 5000여명이 넘는 시민들이 방문, 서울을 대표하는 시민시장으로 성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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