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품 안전 관리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의 집중 공세 속에서 식품 안전 관리의 총체적인 난맥상을 드러냈다. 사진은 국정감사에 임하고 있는 김승희 처장과 식약처 관계자들.

“불신, 불만, 불안”. 식품 안전 관리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총체적인 난맥상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또다시 여실히 드러났다. 청에서 처로 승격된 지 올해 3년차를 맞은 식약처는 지난 14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서 사후 관리 소홀, 늑장 대응, 솜방망이 행정처분, 업계 눈치 보기 행태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며, “식약처가 식약처에 대한 불신과 불만, 불안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난을 듣는 등 뼈아픈 굴욕을 맛봤다. 식약처 국감을 통해 본 식품 분야의 이슈들과 식약처의 문제점 등을 점검했다. 


#식품 안전 불감증 중심에

‘백수오 사태’ 업계 눈치보기 도마
HACCP 인증 위반업체 처벌 허술
수입 김치·가공품 검사 강화 시급


이번 국감의 최대 이슈는 단연 ‘백수오 사태’로, 수면 위로 나타난 건강기능식품의 부실한 관리 문제였다. 부실한 건강기능식품의 관리체계에서 야기된 식품 안전 불감증은 식품 HACCP(해썹) 인증과 수입식품, 나아가 식품 전반으로 점차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번 국감에선 그동안 지적된 부분들에 대한 식약처의 후속 조치 점검 등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하지만 식약처의 늑장 대응 등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나 식약처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백수오 사태 겪고도, 여전한 부실 관리=올해 상반기 백수오 사태를 겪고서도 건강기능식품 인증과정이 허술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문제 제품에 대한 후속 처분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며 식약처의 무능이 또다시 언급됐다.

남인순 새정치민주연합(비례) 의원은 소비자원과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국감 자료를 인용하면서 “소비자원이 지난 6월3일 TV홈쇼핑 업체별 백수오 제품 광고의 부당성을 조사한 결과를 식약처에 알렸다”면서 “그럼에도 식약처가 4개월째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남인순 의원은 “소비자원이 식약처에 통보한 조사 결과에는 TV홈쇼핑 업체별 방송 캡처 화면과 허위·과장 광고 표시 의심사례가 매우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적시돼 있었다”면서 “식약처가 허위·과장광고 판정에 ‘수사’ 운운하며 오랫동안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고 판단되며, 식약처가 소비자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할 생각은 하지 않고, 업계 눈치 보기에 급급해 시간을 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허점투성이’ HACCP 인증, 솜방망이 처벌 ‘빈번’=식품 안전성을 보장하는 HACCP 인증을 받고도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사례가 급증해 제도 전반의 보완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과정에서 식약처의 솜방망이 처분 등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김태환 새누리당(구미시을)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해썹 인증 업체 중 식품위생법 위반업체 수’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식품위생법 위반업체는 총 613곳이다. 특히 이들 위반업체는 2011년 109건, 2012년 111건, 2013년 146건, 2014년 160건 등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HACCP 인증업체의 식품위생법 위반 사례 증가는 관리감독 기관인 식약처의 소극적인 관리와 부당한 특혜 제공, 위반업체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최동익 새정치민주연합(비례) 의원은 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 HACCP 인증 업체가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사례를 분석한 결과 229개 업체가 348건에 대해 영업정지 2개월 미만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 중 2회 이상 처분을 받은 업체가 60개로 4분의 1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장균 떡볶이’ 사건 발생 이후 HACCP 인증업체 관리 강화를 위한 후속대책의 일환으로 도입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인증취소 대상을 “영업정지 2개월 이상 행정처분을 받은 경우”에서 확대해 HACCP 정기평가 시 지하수 살균·소독 등 주요 위생 안전 조항을 준수하지 않거나, 평가결과 60% 미만의 점수를 받는 경우 즉시 인증 취소하도록 기준을 변경했지만, 연 1회 실시하는 HACCP 정기점검에만 적용하는 등 사각지대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최초 수입된 김치나 가공식품에만 정밀검사를 실시할 뿐 이후에는 서류검사만 진행하는 등 무작위 표본검사가 매년 10%대에 머물러 보다 강화된 검사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기선 새누리당(원주시갑) 의원은 “중국산 등 수입김치는 시중 식당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만큼 식품안전성 확보가 절실하지만 여전히 사용금지 첨가제 및 이물질 검출로 먹거리 안전에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식약처가 직접 나서 정밀검사와 무작위 표본검사 실시를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전면 쇄신’ 요구 고조

식품 안전성 강화 출범취지 역행
근본적 조직 개편 특단대책 주문
대국민 위상·신뢰도 제고 목소리도 


이번 국감을 통해 드러난 식약처의 부실한 사후 관리 및 안일한 후속 대응은 식품 안전 강화 차원에서 출범한 식약처가 당초 출범 취지와 거리가 멀어지는 쪽으로 나가고 있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심지어 식약처가 식품 안전 불감증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식약처의 태도에 대해 조직의 내부 소통 부재가 언급되며 근본적인 조직 개편 등 특단의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까지 제기됐다.

▲‘조치 취하겠다’는 말만=“조속한 시일 내에 완료되도록 하겠습니다.” 소비자원이 TV홈쇼핑 6곳과 내츄럴엔도텍 홈페이지 등에서 백수오 제품의 부당 광고를 분석해 식약처에 통보하고 처분을 의뢰했지만, 식약처가 4개월째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는 남인순 의원의 질의에 대해 김승희 식약처장의 답변이다.

이에 대해 남인순 의원은 “식약처가 사후 대응에서 보여준 태도는 국민적 기대와 달리 신뢰할만한 독성연구 자료가 보고되지 않았음에도 ‘이엽우피소 섭취로 인한 인체위해성은 없다’고 단정해 거센 국민적 비난을 받았고, 뒤늦게야 이엽우피소에 대한 독성시험을 실시하기로 했다”며 “식약처는 소비자원과 협력하기는커녕 방어적 대응에 집착해 정부기관 간 갈등을 초래하고, 소비자인 국민의 안전과 피해구제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식약처가 남인순 의원에게 제출한 ‘건강기능식품 관련 매체별 허위과대 광고 적발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해 6월까지 TV 홈쇼핑 채널을 통한 허위과대 광고 적발 건수는 지난해 단 1건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남 의원은 “식약처가 3년 반 동안 홈쇼핑 방송채널의 허위과대 광고를 단 1건밖에 적발하지 못했다는 것은 사실상 TV 홈쇼핑에 대한 모니터링에 손을 놓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홈쇼핑은 생방송으로 진행되고 심야시간에 방송되는 등 시간대가 다양하다는 점을 감안해 허위·과대광고 모니터링 인력을 확충해 TV 홈쇼핑의 허위·과대광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건강기능식품 광고심의결과 이행여부를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소통과 의식 부재, 전면 쇄신 촉구 목소리=이번 국감에선 식약처가 전면 쇄신 차원의 조직 개편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명수 새누리당(충남 아산) 의원은 “박근혜 정부에서 식의약 정책환경 변화로 인해 식약청을 식약처로 승격시키면서 조직과 예산이 확대됐으나, 식약처는 여전히 정책소통 측면에서 갈등과 의식의 부재가 존재하고 있다”며 “식약처 내부적으로 보면 기술직과 행정직군 간의 갈등으로 상호 협력에 문제가 있고, 또한 부서간 업무 협조가 잘 안되거나 담당직원의 의식이 부재한 경우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소통의 에러와 애로의 근본적 이유는 대체로 식약처에 대한 불신, 불만, 불안에 있다”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궁극적으로 식의약 이슈에 대해 국가적 공신력과 적법성을 가진 식약처의 대국민 위상과 신뢰를 제고하고, 식약처만의 고유한 브랜드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성진 조영규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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