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백의 고랭지배추밭에 스프링클러로 물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태백시 고랭지 배추밭을 방문, 수급현황을 점검하고 채소류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면서 작황 호조로 인한 가격 하락에도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고랭지 배추 농가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지금까지 장관이나 정부 관료들이 고랭지 현장을 방문한 것은 가격안정과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것이지, 생산자인 농업인들의 소득 보장을 위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20년 이상 배추농사를 짓고 있는 태백의 박 모씨는 “장관이나 관료들이 고랭지를 방문해 작황이 좋지 않으면 바로 수입을 검토하는 등 대책이 나오지만, 물량이 넘치면 묵묵부답 아무런 대책을 강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근 고랭지 배추 농가들에 따르면 배추가격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중간 상인들의 전화가 딱 끊겼다. 이는 배추가격이 하락할 징조로, 올봄 극심한 가뭄을 극복하고 배추를 무사히 생산한 농가들은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처럼 해마다 고랭지배추 가격이 불안정한 것은 중국산 김치 수입이 늘어 국내산 배추에 대한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농림축산식품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연간 20만 톤 이상의 중국산 김치가 수입되고 있으며, 수입량은 늘고 있는 추세다.

대한김치협회 자료에 따르면 고속도로 휴게소, 학교, 일반식당, 병원 등 대량소비처의 90% 이상은 중국산 김치를 연중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만 톤의 김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30만 톤의 배추가 필요하며 이는 현재 강원도 고랭지배추 재배면적 6900ha에서 생산되는 34만5000톤의 87%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최근 강원도는 고랭지를 중심으로 사과 복숭아 포도 자두 등 과일생산 면적이 4배 이상 늘었다. 기후변화로 과일 생산이 가능해진 고랭지 농가들이 가격이 불안정한 배추 생산을 포기하고 과일 쪽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태백시에서 6만8000㎡의 배추 농사를 짓는 최흥식 한농연태백시회장은 “저가 공세로 밀려드는 중국산김치 때문에 강원도 고랭지배추의 생산이 흔들리고 있다”며 “지금은 중국산김치가 싸지만 고랭지배추의 기반이 사라지면 중국산도 가격이 폭등하는 등 부작용이 있다”며 대책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태백·영월=백종운 기자 baek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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