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마련한 농업·농촌 종합대책 안의 지역토론회가 농민들의 반발로 제대로 열리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달 24일 경기도를 시작으로 전국 9개 도에서 현장 농민들의 여론을 수렴하려고 했지만 농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농민들은 토론회장을 점거하고 정부에 대한 성토를 그치지 않았다. 이런 사태가 왜 발생한 것인가. 정부는 이번 정책을 수립하기 앞서 2차례에 걸쳐 농민단체장들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하지만 현장 농민들의 마음을 달래기엔 역부족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농심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밀어붙이면 된다는 그릇된 생각으로 현장에 다가간 것이 화근인 것이다.정부가 농업·농촌 종합대책과 4대 특별법안을 마련한 또 다른 이유는 한·칠레 FTA 비준 처리를 위한 목적도 컸다고 볼 수 있다. 4대 지원법안을 FTA 비준과 빅딜하려고 한 것이 오히려 농민들의 불신만 가중시킨 꼴이 됐다. 농민들이 이번 대책을 한·칠레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명분 쌓기용이라면서 정부의 들러리를 설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농민단체들의 주장대로 부채경감법, 삶의질 향상법, 농특세법의 제·개정을 조속히 처리한 후 FTA 비준 처리에 접근한다면 쉽게 풀릴 수 있다. 특히 이번 농업·농촌 종합대책안이 농민들의 불신을 받는 이유는 너무 급조해서 발표됐다는 점 때문이다. 농림부가 ‘농업인의 날’ 을 맞아 대통령에게 무언가 보여주겠다는 성급한 판단이 오히려 문제를 더 크게 만든 것이다. 물론 이번 농업·농촌종합대책에서 제시한 향후 농정 방향과 목표 등 정책의 기본 틀과 각 분야별 대책에 대해 공감하는 내용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책이 농민들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은 농정의 불신이 강하기 때문이다. 특히 10년간 농업·농촌에 119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국민은 물론 대다수 농업인들은 이 자금을 기존 농업예산과는 별도의 자금으로 인식했다. 그러다 119조에 10년간의 농업예산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자 농민들의 실망이 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농림부는 119조를 별도 신규예산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해명하지만 농민들이 잘못 인식하고 있다면 정부가 정확히 이해시키지 못하고 잘못된 정보를 준 책임이 크다. 정부가 농민을 농정의 주체가 아니라 농정의 대상으로 보고 추진한다면 농정의 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보다 열린 마음을 갖고 농정을 추진, 이러한 불신을 없앨 때 정부 정책이 효율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 아울러 농민들도 우리의 농업·농촌의 대내외 여건이 변화되고 있는 만큼 농정방향과 계획을 정확히 알고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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