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생산을 위해 젖소에서 활용되던 혈액검사가 한우 암소에도 활용된다. 혈액검사를 통한 가축건강관리컨설팅을 하는 것인데, 암소개량의 효과를 높이는데 기대감을 주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매년 추진하고 있는 축산컨설팅지원사업을 통해 경주축협이 한우암소에서 혈액을 채취해 이를 분석하고, 분석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체관리지도를 하면서 공태기간을 줄이려는 사업에 들어간 것이다. 현장을 찾아서 혈액검사를 통한 가축건강관리컨설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또 농가들의 기대는 어떤지 들어봤다.


#혈액검사 통한 가축건강컨설팅이란?

젖소 생산성 개선 위해 도입
채내 영양소·염증여부 등 판단
경주축협 최초 한우분야 시작


소 혈액검사는 소의 혈액을 채취해 성분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건강상태를 진단, 이에 맞도록 사양관리와 처치를 하는 것을 도와주는 ‘소건강진단 프로그램’이다. 사람이 채혈검사를 통해 몸의 상태를 알아보는 것과 같은 것으로 젖소에서 먼저 시작이 됐다.

젖소의 경우 우유를 많이 생산하면 체내로부터 소비되는 영양소가 많은데, 이를 보충해주기 위해 각종 영양소의 절대량과 영양소간의 균형이 중요하다. 이것이 깨질 경우 ‘생산병’이란 것이 발생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산욕마비증·기립불능증후군·케토시스 등이 있으며, 이에 따라 각종 염증성 질병의 발생률이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채혈을 통해 젖소 체내의 영양소 정도나 염증여부 등을 판단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줌으로써 생산성 향상에 이용하고 있다. 한 마디로 우군을 대상으로 혈액검사를 실시해 질병에 걸리기 전이나 대사성질병이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고, 이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컨설팅이 바로 혈액검사를 활용한 건강컨설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젖소의 생산량 개선을 위해 접목됐던 혈액검사사업이 최근 한우 암소의 공태일 감소와 개량사업에도 활용되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매년 진행하고 있는 축산컨설팅지원사업을 통해 경주축협이 한우에서는 최초로 혈액검사를 통한 건강컨설팅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정은수 농협중앙회 축산컨설팅부 컨설팅지원팀장은 “매년 컨설팅지원사업을 통해 지역조합에 무이자자금을 지원하고 있는데, 경주축협이 혈액검사를 통한 건강컨설팅지원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냈었다. 이것이 채택되면서 한우분야에서는 처음으로 사업이 진행됐다”면서 “통상 한우는 2~3년 비육을 통해 출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런 사업이 별 효용이 없다는 의견이 많았었는데, 유일하게 경주축협에서는 한우 번식우를 대상으로 사업을 하겠다는 계획을 냈고, 10농가에서 90두를 대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또 “그간 혈액검사는 젖소에서 주로 활용이 됐고, 그렇게 활성화 된 것도 아니다”라면서 “한우분야에서도 암소개량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활용을 하게 되면 공태일 감소 등을 통한 농가 소득향상에 이바지 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검사결과 어떻게 활용하나?

혈액농축·흥분 시 적혈구 증가
감염증·열상 등엔 백혈구 많아

총단백질 늘면 탈수 등 위험

혈액검사는 혈액내의 혈구에 대한 분석과 생화학적 분석을 통해 문제점을 도출해내고 이를 컨설팅에 활용하게 된다. 예를 들어 혈구분석에서 적혈구는 탈수, 내독쇼크로 인한 혈액 농축, 흥분·두려움 등의 긴장시에는 증가했다가 빈혈, 출혈, 기생충증이 있을 경우에는 감소한다. 백혈구는 감염증, 알레르기, 기생충, 백혈병, 열상 등의 경우 증가하게 되고, 단핵구의 경우 염증여부를 진단할 수 있다.

또 생화학적 분석에서 총단백질이 증가할 경우 심한 탈수나 골수증, 임파육종의 위험이 있으며, 감소할 경우 간질환이나 기아의 위험이 있다. 알부민은 영양부족과 간부전·신부전 등과 관련이 있으며, 마그네슘이 부족할 경우에는 강직증이 나타날 수 있다.
 

▲ 안상우 상우농장 대표는 경주축협의 도움으로 암소 혈액검사를 진행한 상태로,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수정란 이식에 활용해 나갈 예정이다.

#사례1/‘상우 농장’ 안상우 대표 
 “이유도 모르는 공태기간 답답함 사라질 듯”


“혈액 분석을 통한 암소 건강컨설팅에 대한 기대는 상당히 높은 상황입니다.” 경주한우개량동호회 총무를 맡고 있는 ‘상우농장’ 안상우 대표의 말이다.

안상우 대표가 암소개량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한우를 키우기 시작한 때부터다. 대학에서 축산을 전공한 그는 부친의 가업을 물려받아 한우사육을 시작했다. 1997년 계류식 축사에서 17마리로 한우에 뛰어든 그는 지난 2006년 건천 금척리에 400평 부지에 새로운 우사를 짓고 번식우만 전문적으로 사육하고 있다.

“현재 농장에 있는 가임암소가 100마리 정도가 되고 송아지가 암컷과 거세한 것까지 합쳐서 90마리 정도 됩니다.” 농장 이전 후 지난 10년간 사육두수를 10배 가까이 늘려왔다는 그다.

안 대표가 혈액검사를 통한 한우암소 건강컨설팅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지난해 있었던 수정란 이식사업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회원 농가를 중심으로 수정란이식사업을 실시했는데, 임신이 잘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암소개량 속도를 높이려고 수정란 이식사업을 실시했는데, 자꾸 재귀발정이 오면서 어려움이 컸다”면서 “이유도 모르고 공태기간만 길어지니까 농가들로서는 ‘공밥’을 먹이는 것이었는데, 이로 인한 농가 손실도 컸다”고 말했다.

이후 경주축협의 지원으로 암소에 대한 초음파검사를 실시해 황체(수정란의 착상에 도움을 주는 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을 분비) 유무를 판단하는 사업을 실시했고, 이와 함께 암소의 건강상태를 혈액검사를 통해 진단하는 혈액검사를 진행하게 됐다.

안 대표는 “김한엽 팀장이 혈액검사를 통한 개체건강점검을 제안했고, 처음으로 혈액검사결과가 나온 상황”이라면서 “결과를 바탕으로 조치를 취하고 내년 초에 실시예정인 수정란 이식사업 이후 임신에 성공한 개체와 공태우 간의 차이를 비교하는 한편, 또 이후 발생하는 공태우에 대해서는 혈액검사를 다시 해 보면 혈액검사 결과와 임신 가·불가에 대한 유의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면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이 진행되기를 기대했다.


 

▲ 한우 혈액검사를 바탕으로 수정란 이식을 위한 개체관리를 하고 있는 오흥석 대표.

#사례2/‘포플러 농장’ 오흥석 대표
“개체관리·수정란 이식 상관관계 밝혀지길”


“이런 자료들을 가지고 결과에 대한 분석을 정확히 해서 농가의 문제를 해소해 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 혈액검사서를 받아든 오흥석 포플러 농장 대표가 한 말이다. 오 대표는 경주한우개량동호회 회장을 맡고 있다.

오 대표가 현곡면 상구리에 자리를 튼 것은 3여년전의 일이다. 이곳 이외에도 비육농장이 따로 있는 그가 이곳에서 제2농장을 시작한 것은 번식우를 전문적으로 키우기 위해서다. 현재 100여마리의 가임암소를 사육하고 있다.

“3년전에 수정란 이식사업을 했었지요. 그때 정말 힘들었어요.” 오흥석 대표의 말이다. 그가 공태율이 높다는 것을 알면서도 수정란 이식사업에 참여하게 된 것은 빨리 우량암소축군을 구성하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착상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서 재귀발정이 오고, 이에 따라 암소의 공태기간이 길어지면서 경제성은 떨어졌었다.

“3~4년 가까이 한우가격이 좋지 않은 시기를 겪으면서 매년 어려웠지만 암소개량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개량동호회를 조직하기도 했다”면서 “내년에도 수정란 이식사업이 예정돼 있는데, 이번 혈액검사결과를 바탕으로 검사축군에 대한 개체관리를 하고,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판단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흥석 대표는 또 “체계적인 사양관리 기록이 있는 경우를 대상으로 해당사업을 추진해보고, 이것이 체계화되면 확대해 나가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고 본다”면서 “앞으로 초음파검사와 혈액검사를 바탕으로 한 개체관리와 수정란 이식 성공간의 상관관계를 시범사업을 통해 체계적으로 밝혀내면 이를 바탕으로 한 암소개량은 보다 급속하게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한엽 경주축협 컨설팅 팀장
“임신 잘되는 상황 뭔지 경향치 볼 수 있게 될 것”

 

 

“젖소부문에서는 혈액검사를 통한 건강컨설팅이 있었습니다. 이것을 한우개량에 한번 접목해 보자는 의도로 시작했는데, 개량동호회에서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면서 사업이 시작되게 됐습니다.” 김한엽 경주축협 컨설팅팀장의 말이다.

김 팀장의 혈액검사사업에 대한 첫 느낌은 ‘어렵지 않겠나?’였다. 그도 그럴 것이 혈액검사를 통한 건강컨설팅은 주로 젖소에서 이뤄지던 것이고, 비육 중심인 한우에서는 잘 하지 않는 것이었기 때문. 하지만 그가 이번 사업을 추진한데는 수정란 이식사업을 진행한 회원 농가들의 암소에서 재귀발정이 오면서 공태일수가 높아지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

김 팀장은 “회원 중에는 공태일이 50일이 채 안되던 농가들도 있었는데, 이것이 90일까지 늘어나는 경우가 발생했다”면서 “원인을 찾아내는 일이 급선무였는데, 우선 초음파진단을 통한 황체형성 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했고, 이어서 수정을 해야 할 암소의 건강상태를 혈액검사를 통해 확인하고 문제를 개선해보자는 생각에 혈액검사를 통한 건강컨설팅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현재 경주축협이 진행한 혈액검사를 통한 건강컨설팅에는 모두 10농가 90여마리의 가임암소가 참여를 하고 있다. 김한엽 팀장은 이에 대해 “혈액샘플에 대한 검사결과가 막 나왔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개체간 특이성을 분석해서 조치를 취하고, 이것이 앞으로 있을 수정란 이식에서 어떤 효과를 나타낼 지를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 “이어 내년도 수정란 이식사업 이후에 한 번 더 혈액검사를 해볼 계획”이라면서 “이렇게 데이터가 축적이 되면 어떤 상황에서 임신이 잘되는지에 대한 경향치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혈액분석을 통한 한우암소 건강컨설팅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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