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마케팅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마케팅은 포장 또는 술책에 지나지 않다고 봐요. 소비자가 물건을 사는 것은 필요한 기능을 얻기 위해서지 물건 한편에 쓰인 브랜드 이름 때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다이슨의 물건을 원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작동하는 청소기가 필요한 것이에요."

얼마 전, 한 일간지에 실린 다이슨사(社) 창업주인 제임스 다이슨의 인터뷰 내용이다. 품질에 대한 지독한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 말을 한 다이슨은 3년 전에 CEO(최고경영자)에서 물러나 엔지니어로 돌아갔다. 신제품 개발에 몰두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불쑥 그의 얘기를 꺼낸 이유는 지난달 26일에 만난 지리적표시 등록업체들의 상황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어서다. 최근 들어 마케팅 회의론이 번지며 제품 품질 또는 상품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들을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된다. 이에 대해 한 경제 전문가는 “브랜딩이나 마케팅이 중요하지 않게 됐다는 게 아니다”라며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터넷의 등장으로 소비자들이 제품을 보다 쉽게 평가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게 됐고, 과거에 비해 마케팅이나 브랜딩에 '현혹'되지 않는 '똑똑한' 소비가 늘어났다는 사실”이라고 현 시류를 짚었다.

하지만 농축수산 분야는 아직도 브랜드(마케팅)에 목말라 있다. 여전히 지역적으로 수많은 브랜드들이 난립해 있고, 농식품 관련 정책의 곳곳마다 브랜드화 작업이 중심축에 가깝게 포진돼 있다. 박근혜 정부의 ‘6차산업화’ 역시 1차 산업을 2·3차 산업과 융복합시켜 새로운 브랜드 가치를 창출한다는 목표 아래 수년째 추진되고 있다.

농식품 분야가 시대 흐름을 잘못 읽고 있다는 얘기가 아니다. 잇따른 FTA 체결로 인해 수입 농식품이 갈수록 증가하는 마당에 우리 농식품에 대한 브랜딩과 마케팅은 단연 강화해야 할 부분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그저 만드는 데에만 골몰한 나머지 사후관리를 소홀히 하는, 또 ‘똑똑한’ 소비자에게 혼란만 일으켜 오히려 외면을 자초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가깝게 다가가지 못하는, 이 같은 브랜드화 시책이 또 다른 브랜드에 대한 갈증을 증폭시키고 우리 농업 환경을 더욱 힘겹게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런 차원에서 최근 농식품부가 지리적표시제 등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농식품 분야 국가인증제도 개선에 나선 것은 다행스런 일 중의 하나다. ‘품질로 승부하자’며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얘기에는 많은 농업인들이 공감하고 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농식품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브랜드 및 제도의 개선 없이 ‘똑똑한’ 소비자만 쳐다봐선 지금까지의 똑같은 우를 또다시 범하는 상황에 처할 따름이다. 아무쪼록 농식품 분야 인증제도 개선 논의가 알찬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식품팀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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