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에서 양계농장을 운영하는 김종칠 씨가 새로 입추한 닭을 가리키며 폭염피해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곳 농장은 지난달 폭염으로 4700수의 닭이 폐사했다. 김관태 기자

“대형 팬 수 십 여대를 밤낮으로 틀어놔도 온도와 습도를 낮추지 못해 지난해보다 닭이 40%가량 더 폐사했습니다. 전기료도 지난 6월부터 130만원씩 나오는데 닭 값은 오히려 폭락해 생산비도 건지지 못할 거 같아요.”

가축 수십만마리 폐사 속출
농작물·양식장 피해 눈덩이
일부지역은 인명피해까지


용인시 처인구에서 30년째 육계를 사육하고 있는 김모씨(71)는 폭염으로 닭들이 죽어나가자 급기야 지난 4일 키우고 있던 육계 12만5000수를 모조리 팔아버렸다. 무더위를 이기지 못한 닭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폐사했고, 하루라도 빨리 팔아야 손해를 덜 보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김씨의 축사에서 닭 2500수가 폭염으로 폐사했다.

연일 가마솥 찜통더위가 계속되면서 폭염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이미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가축 수십만 마리가 폐사됐고, 농작물과 양식장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히 일부 지역에선 일사병 등 인명피해도 발생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6일 현재 집계된 각 도별 폐사가축은 △경기도 12만3694마리(닭·돼지) △충북도 2만2000수(닭) △경북도 10만3172마리(닭·돼지) △전북도 1만5479수(닭) △전남도 34만 6000마리(닭·오리·돼지) 등이며, 폐사신고가 접수된 가축을 추가 조사하면 피해상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폐사하는 가축이 급증하고 있지만, 가축재해보험 폭염특약에 가입하지 않은 농가가 상당수인 탓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경기도의 경우 가축재해보험 폭염특약 가입농가는 도내 전체 축산농가(1만665곳) 중 4.2%밖에 안 된다. 그나마 더위에 약한 양계·오리 농가(757곳)도 60.1%에 그쳐 보험에 가입조차 못 한 축산농가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가축재해보험 보상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는 것도 문제다. 폭염 특약이 포함된 가축재해보험에 가입했다고 해도, 보상금을 지급받기 위해선 33도(폭염주의보 기준)를 넘는 기온이 이틀이상 이어져야 한다. 문제는 실제 기온이 이 기준보다 낮더라도 축사 내부온도는 바깥보다 높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경기도의 한 육계농가는 “현대화 시설이 잘 갖춰졌거나 보험에 가입된 농가에 비해 영세하고 보험의 자가 부담금이 부담스러운 농가는 폭염피해를 반복적으로 겪는 악순환에 노출돼 있다”면서 “현재 폭염 특약 기준도 과학적 근거가 아닌 폭염주의보 기준을 활용하고 있는데, 축사내부 온도가 가축에 미치는 영향 등 좀 더 정밀한 연구를 통해 현실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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