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름만 남기고 가는구먼.”

짙은 아쉬움이 묻어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큰 눈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이 상임위를 옮긴 데 대한 어느 농민단체 관계자의 얘기다. 김무성 대표는 최근 상임위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로 바꿨다. 현 정부의 국정전략 중 하나인 ‘창조경제’에 힘을 불어넣기 위함이란 명분인 듯 하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농업계의 시선은 달갑지 않다. 지난해 10월 1일 김무성 대표가 “제가 15대 때 농해수위 위원을 한 적이 있습니다”며 “이번에 농해수위에 와서 열심히 잘 활동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야심차게 포부를 밝혔지만, 이 포부가 단지 ‘말’ 뿐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당시 새누리당 대표로 선출될 가능성이 점쳐졌던 김무성 새누리당(부산 영도) 의원이 농해수위에 배정됐을 때 농업계는 일말의 희망을 가졌었다. 서산에서 만난 한 농민이 “우리가 아무리 얘기해도 걸러서 듣더만, 대놓고 대표한테 얘기할 수 있으니 이전보다 좀 낫지 않겄나”라고 말했듯, 현장 농민들의 목소리가 곧바로 여당 대표에게 전달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다음달, 7월 14일에 김무성 의원이 실제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되자 농업계의 기대감은 더더욱 커졌다.

그러나 이들의 바람은 ‘허공의 메아리’였다. 농해수위에서 김무성 대표의 움직임은 미미했다. 김무성 대표는 2014년 6월 30일, 간사 선임을 위해 열린 첫 번째 전체회의에 참석한 이후 국정감사를 제외한 총 36번(2015년 7월 10일까지)의 전체회의 중 단 9번 참석하는 데 그쳤다. 더구나 이 9번도 의결정족수를 채우기 위한 것에 불과했고, 전체회의에서의 발언은 지난해 10월 1일에 했던 인사말이 전부였다. 법률소비자연맹이 최근 발표한 제19대 국회 제3차년도(2014년 5월 30일~2015년 5월 29일)의 ‘국회의원 의정활동 종합평가 국민보고서’를 봐도 결과는 같다. ‘상임위원회 전체회의 출석률’은 김무성 대표의 경우 21.88%로 국회의원들 중 최저수치였고, 통과된 법안의 대표발의건수도 전체 의원발의 법률안 1277건 중 1건밖에 없었다. 이 1건도 농해수위 소관이 아닌 ‘공무원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

그렇다고, 김무성 대표가 농업에 무관심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가뭄해결을 위한 추경예산을 편성하도록 요구하고, 농업정책자금 금리를 낮추도록 촉구하는 등 농민들의 입장을 정부에 전달하고, 이를 성과로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김무성 대표가 농해수위에 몸담은 10개월여 기간동안 보여준 모습이 앞서 농해수위원 명단에 이름만 올렸던 일부 국회의원들과 비슷한 행보였다는데 농민들의 허탈감이 큰 것이다. 이렇게 해놓은 일 없이 농해수위에서 미방위로 가는 김무성 대표를 바라보는 농민들의 기분은 씁쓸하기만 하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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