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임오년 말의 해가 저문다. 희망과 포부를 갖고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한다는 설렘 속에 출발한 올 한해, 월드컵 4강 신화 달성과 21세기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새 지도자를 선출하는 등 국가적으로 큰 경사가 있었다.하지만 우리 농업계에는 그 어느 때보다 농어민들에게 큰 시련과 고통을 안겨준 많은 일들이 있었다. 연초부터 농업개방은 가속도가 붙어 농민들의 시름을 더해 주었다. 2004년 쌀 재협상을 앞두고 관세화 유예를 둘러싼 농업계의 논란이 가열됐고, 도하개발 아젠다(DDA) 세부원칙 협상이 3월부터 본격화돼 농업계를 긴장시켰다.물론 DDA농업협상에 대비 농어업·농어촌 특별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농특위가 출범했지만 농민단체들의 탈퇴로 이어져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여기에다 정부가 농민을 저버리고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을 타결지었으며, 2000년 한·중 마늘협상에서 긴급수입제한조치(SG, 세이프가드)를 연장하지 않기로 이면 합의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농민들의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결국 이런 정부의 계속되는 농업경시에 분노한 농심은 잇따른 농민대회에서 폭발했으며, 11월 13일 농민대회는 농민운동의 역사를 새로 쓸 정도로 수많은 농민들이 참여했다. 특히 올해는 잇따른 자연재앙으로 농민들의 고통을 가중시켰던 한 해였다. 구제역 재발과 8월 발생한 집중호우, 9월 초 한반도를 할퀴고 간 태풍 루사가 그렇다. 태풍 루사는 영동지역과 중남부지역 농민들에게 처참한 피해를 입혔다. 아직도 복구가 제대로 안 돼 피해 농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쌀농업을 둘러싼 불안은 올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북한에 40만톤을 보내 수급 안정을 꾀했다고는 하지만 2년째 쌀값이 하락한 데다 생산량 마저 감소, 농가 소득이 급감하고 있다. 특히 쌀 재협상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가격하락과 생산조정, 수매제 축소 등을 일방적으로 추진, 농민들을 불안케 했다. 물론 이러한 시련과 좌절 속에서도 한편으론 농가 소득안정을 위한 직불제 확대, 고품질 안전 농산물 생산기반 구축, 그리고 도·농간 복지 및 생활환경 격차 완화를 위한 대책 마련등에 노력을 경주, 미미하지만 일정부분의 수확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새해에는 이것이 꼭 결실을 얻어 잘사는 농민, 살맛 나는 농촌이 될 수 있도록 농업계 모두가 힘을 모으자.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도 농어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겠다고 밝힌 만큼 올 한해 겪었던 모든 절망과 좌절을 떨쳐 버리고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자. 희망과 용기를 갖고 다시 새해를 맞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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