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전부터 중국산 시장 잠식…전체 수입 절화의 73% 차지
국화줄기괴저바이러스 확산…방제대책도 없이 피해 고스란히

▲ 지난 15일 경남 창원 지산화훼 농장에서 전수익 대표가 국화줄기괴저바이러스(CSNV)로 인해 갈색으로 타들어간 국화 줄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전수익 대표는 “백마 품종 14만5000본을 심었는데 바이러스 피해로 10만본만 겨우 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수입산 공습, 생산비 증가, 여기에 3년째 이어지는 바이러스 피해까지. 국내 화훼류 중 가장 많은 생산면적과 생산량을 자랑하는 국화가 최근 삼중고를 겪으며 재배 농가들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지난 15일 찾아간 경남 창원의 시설하우스. 이곳에서 15년째 국화농사를 짓고 있는 전수익(61) 지산화훼 대표는 지역 내에서도 최고 품질의 농사를 짓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최근 진지하게 다른 작목으로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 몇 년 새 수입산 국화 물량이 크게 늘며 생산비 보전이 힘들 정도로 가격이 안 좋은데다 바이러스 피해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화농가들이 고사되기 시작한 것은 중국산 국화가 국내 화훼시장을 본격적으로 잠식하기 시작한 4~5년 전. 관세청에 따르면 2010년 677톤이 들어왔던 수입산 국화는 지난해엔 3517톤이 들어오며 5배 이상 증가했다. 국화는 지난해 중국에서 수입한 절화의 92.8%, 전체 수입 절화의 73.9%를 차지할 정도로 수입량이 많다.

변태안 마창국화수출농단 대표는 “생산비가 많이 드는 겨울철에는 최소 국화 한속(20송이)당 8000원 이상은 받아야 난방비 등이 보전되는데 같은 기간 중국에서 2000~3000원 수준의 저급한 국화가 밀려들어와 국화농가들이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지경”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국화 주산지인 경남지역에서는 2013년부터 국화 줄기가 괴사하고 시들어버리는 악성 전염병 ‘국화줄기괴저바이러스(CSNV)’가 유행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한 작기의 80%이상을 폐기할 정도로 농가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으나 별다른 방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고 이에 올해도 여전히 농가들 사이에서 피해가 보고되고 있다.

전수익 대표의 농장 안에도 여름용 대국 ‘백마’가 심긴 자리마다 군데군데 갈색으로 타들어간 잎과 줄기가 눈에 띄었다. 전수익 대표는 “백마 14만5000본을 심었는데 바이러스 피해로 30%는 포기하고 10만 본만 수확하는 걸 목표로 잡고 방제에 나서고 있다”며 “농촌진흥청 등에서도 뚜렷한 방제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농가들이 직접 약재를 실험해 살포하거나 품종을 교체하는 등의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갈수록 악재가 더해지자 버티기에 나섰던 국화농가들이 하나 둘 재배를 포기하고 있다. 농가들은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수년 내 국내 생산기반이 몰락해 모든 국화가 수입산으로 대체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전수익 대표는 “첨단장비를 갖추고 최고 품질의 국화를 생산하기 위해 힘써왔는데 앞으로 수입산 국화 물량은 계속 늘어나고, 바이러스 피해를 비롯해 방제를 위한 생산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것을 생각하면 도무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며 “이 근처에서만 10명 중 3명이 재배를 포기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화훼산업의 가장 큰 축이 무너지고 그 자리를 수입산 화훼가 채우게 될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고 탄식했다.

김현희 기자 kimh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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