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지역은 이미 출하 완료 영월·태백은 중간 크기로 자라
15년 새 재배면적 절반으로…“잘못된 물가정책 때문” 원성

▲ 극심한 가뭄 속에 출하를 맞고 있는 강원지역 고랭지 배추 생산농가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가뭄으로 생산비는 올랐지만 정부가 물가안정을 이유로 가격을 통제해 농가들은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최근 찾은 강원도 고랭지배추 생산지역은 극심한 가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안정적으로 작황이 유지되고 있었다. 

정선군 임계면 등 배추를 일찍 심은 지역은 이미 출하를 마쳤으며, 영월군과 태백시는 배추를 심은 지 20일에서 30일 정도 지나 중간 크기로 자라고 있었다. 가뭄이 극심했던 일부 지역만이 시기를 놓쳐 아직도 배추를 심고 있었다.

영월군 중동면에서 9만7000㎡의 배추밭을 경작하는 김모 씨는 16일 태풍이 온다는 기상예보에 분주하게 약을 치며 배추관리에 바쁘게 움직였다. 그는 “매년 같은 규모의 배추농사를 짓지만 올해처럼 가물어 강에서 물을 실어다 배추를 심는 것은 처음”이라며 “평소 같으면 1000㎡를 농사짓는데 120만원 정도 들어가지만 이번 가뭄으로 적어도 30% 정도는 생산비가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강원도 고랭지배추 재배면적은 2015년 기준으로 5140ha로 15년 전인 2000년 1만206ha에 비교하면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중국산 김치의 수입증가와 김치냉장고 보급으로 저장기간 연장, 김치 소비의 감소 등을 그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이 지역 농업인들은 정부의 물가관리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생활비는 255만1057원이며 식료품과 비주류음료 지출은 35만1183원으로, 엥겔계수는 13.77%였다. 2인 가구의 한 달 배추 소비량은 2포기 정도로 값이 비교적 비싸다는 지금 시세로 5000원 정도다. 가계에서 식료품비용이 50%가 넘던 30년 전 상황을 지금도 그대로 적용해 농산물가격을 관리를 하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태백시에서 배추농사를 짓는 박 모씨는 “5000원은 젊은 사람들 커피 1잔 값이며, 중·고등학생이 학원에서 5분 정도 배울 수 있는 금액”이라며 “호텔과 리조트를 비롯해 계절과 시기적 특수성이 있는 산업에는 성수기요금을 인정하는데 반해 농산물은 물가관리라는 명분으로 조금만 올라도 수입을 통해 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박씨는 “하늘이 주관하는 날씨로 인한 가뭄도 농업인들이 극복하는데 정부의 잘못된 농산물가격 정책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며 “15년 사이에 고랭지배추 생산면적이 반으로 줄고 그 자리를 중국산 김치가 차지한 현실에서 너무 가격만 연연하다가는 국가균형 발전과 식량안보를 잃어버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월·평창·태백·정선=백종운 기자 baek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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