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의 날 제정 의미가 갈수록 퇴색되고 있다. WTO 체제 출범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업인의 사기진작과 농업인의 기능과 역할 부각, 발전하는 농업기술 전파를 목적으로 농업인의 날이 제정됐지만 이런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7회 째를 맞는 올해 농업인의 날 행사는 더욱 그렇다. ‘희망을 가꾸는 농촌, 소비자와 함께 하는 농업인’을 주제로 11일 농업인의 날 전후 2주를 농업인 주간으로 정하고,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농민들의 참여와 관심은 저조하다. 많은 농업인 단체가 주관해 농업인, 소비자, 정부가 함께 하는 우리농산물 잔치 한마당 등 농업·농촌의 중요성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각종 부대행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단순히 일과성 행사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그러다 보니 올해 농업인의 날 행사 예산이 예년에 비해 삭감됐음에도 불구하고 예산낭비만 하는 부대 행사는 지양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제기되고 있다. 농업의 다양성과 가치를 좀 더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국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행사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농업인의 날 행사로 침체된 농업계의 분위기를 살려 보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오히려 농민들은 11일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전국포도 농가 생존권 결의대회를 열었고 13일 여의도에서는 30만 농민대회를 개최, 정부를 긴장시키고 있다. 농업인의 날이 이처럼 제정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이유는 정부 농정에 대한 농민들의 불신이 뿌리깊기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물론 김동태 농림부 장관은 11일 농업인의 날 기념행사에서 구제역, 태풍 및 FTA 협상 등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농업여건 속에서 우리의 소중한 농업·농촌을 지키고 있는 농업인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격려했지만 농촌 현장에서 느끼는 농민들의 정서는 냉랭하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타결을 강행하고 쌀값 하락을 나 몰라라 하는 정부와 농협에 대한 농민들의 반감이 큰 것이다. 여기에다 농산물 가격 하락으로 인해 농가경영 여건이 갈수록 악화, 부채만 가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농업·농촌의 침체 분위기 속에서 농민들은 농업인의 날 행사를 만끽할 여유가 없다. 농업인의 날이 한해의 농사를 마무리하고 수확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온 국민의 축제일이 되려면 농촌회생을 위해 모든 국민은 물론 정치권, 대선 후보 등 모두의 관심과 협조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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