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도매시장은 수출지원·유통개선 등 추진 필요
행정 편의적·일방적 조치…근본적인 정책 고민을


지난 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화훼공판장의 수입꽃 취급과 관련해 화훼생산자단체장 간담회가 열렸다. aT화훼공판장에서 열린 이번 간담회에는 한국화훼협회, 한국난재배자협회, 한국화훼생산자협의회, 한국절화협회, 한국백합생산자중앙연합회 등 각 화훼 품목 회장단들이 참석, 그동안의 진행 상황과 aT화훼공판장의 입장, 농가 입장 등을 공유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화훼생산자단체장들은 수입꽃 취급에 대해서는 반대의 입장을 표명했으나 ‘무조건 반대’, ‘대책과 방식, 절차에 대한 반대’로 갈리며 사안에 대한 온도차를 드러내기도 했다. 반면 aT화훼공판장이 생산농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생산농가들이 원하는 경쟁력 제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에는 한 목소리를 냈다.

화훼생산자단체장들은 또 aT화훼공판장이 농가들의 목소리를 심사숙고하고 공영 도매시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하는 화훼생산자단체 연합 차원의 공문을 정식으로 aT화훼공판장, aT,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발송키로 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가한 화훼생산자단체장들의 입장을 정리했다.

▲최성환 한국화훼생산자협의회장=생산농가 입장에서는 절대 반대다. aT화훼공판장은 유사 도매시장처럼 수입꽃을 취급함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왜 굳이 공영도매시장이 유사도매시장과 경쟁하며 따라가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정말 공영도매시장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싶다면 농가 기술지원, 수출농업 주도, 유통구조 개선, 소비촉진 등의 방안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닌가. 수입꽃 취급으로 구색을 마련한다는 것은 결국 가만히 앉아서 돈 되는 몇 개 품목만 팔겠다는 꼼수나 다름없다.

▲최명식 한국백합생산자중앙연합회장=현재 aT화훼공판장 상장경매 수수료는 7%, 정가·수의매매 수수료는 5%인데 수입꽃은 정가·수의매매를 통해 거래되기 때문에 상장되는 국내 꽃보다 저렴한 수수료를 내게 된다. 이는 생산농가를 무시하는 처사다. 국산꽃과 aT화훼공판장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공판장의 목적은 신빙성이 없다. aT화훼공판장의 수입꽃 취급은 생산자 단체 입장에서 봤을 때 화훼산업 발전 뿐 아니라 공판장 활성화를 위한 대책도 될 수 없다.

▲구본대 한국절화협회장=수입꽃이 5%의 정가·수의매매 수수료만 내게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수입꽃 취급이 너무 급하게 추진되는 것 같다. 의견을 모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aT화훼공판장이 3차례(영남, 호남, 충청, 경기지역은 불발)의 농업인 간담회를 가지면서 국화, 카네이션, 장미 등의 품목을 제외한다는 대책이 새롭게 나왔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시간을 가지고 논의를 해야 한다고 본다. 충분한 농가의견수렴이 필요하다.

▲최영욱 한국난재배자협회장=화훼공판장이 공적기능을 가져야 하는데 계속 유사도매시장과 경쟁하려고 한다. 생산자 중심으로 나가야 하는데 공판장이 실적과 수익보전에 너무 매달려 있다. 난만 하더라도 이미 수입산 공습이 심각한 수준이다. 수입업자 몇 명이 엄청난 물량을 들여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아직도 대부분의 화훼 관련 정책들이 농가 입장을 고려하기 보다는 행정 편의적·일방적으로 추진되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발상을 바꿔 생산자의 목소리를 듣고 이들을 위한 근본적인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임영호 한국화훼협회장=화훼농가들이 계속 어려운 상황 속에 있다. 공판장은 생산농가와 함께 가는 운명공동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특히 aT화훼공판장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한 후에 생산자들에게 설명하는 방식은 잘못됐다. 여기에 생산자 단체들과 논의하지 않고 몇몇 지역에서 간담회를 가진 후에 의견을 수렴했다고 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김현희 기자 kimh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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