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술년 새해 새아침이 밝았다. '밝은 태양 아래서 마음껏 뛰어 노는 활기찬 개'의 형상의 해로 비유하는 병술년, 올 한해를 맞는 농민들의 심정은 어떠한가. 태양과 같은 기운으로 희망과 포부 갖고 차분히 영농설계를 수립해야 할 농민들은 오히려 불확실한 농업·농촌 앞날 때문에 착잡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는다. DDA 협상타결 임박, 미국 등 각 국간의 FTA 확대, 경제 블록화 등 전 세계적인 개방 확대 및 경쟁심화 추세가 하루가 다르게 우리 농업·농촌·농민의 목을 죄어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도농간 소득격차와 농어민의 삶의 질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식용 수입쌀 시판, 폭설 등 자연재해 심화, 농가부채 상환도래 등 또 다른 농업·농민의 위협요인이 엄습해오고 있다. ○‘농민 중심’ 농정패러다임 전환 오늘의 농업·농촌위기를 극복하는데는 걸림돌이 많다. 위기를 심화시키는데는 농업정책 입안자 등의 농업계 내부의 책임보다, 요즈음 정치권을 포함한 정치, 경제, 사회 등 농업계 외각의 농업경시 풍조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농업의 다원적 가치와 중요성을 망각하거나 무시하고 있으며, 농업·농촌의 상황 인식이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립 서비스' (말로만 하는) 수준에 머물고, 심지어 농업 무용론 농민들의 희망을 짓 밝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상은 농업·농촌의 위기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를 정확히 인식, 확실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사회와 나라의 위기로까지 확산될 수 있는 중요한 시기가 지금이 아닌가, 다시 한번 강조한다. 새해에는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농업·농촌의 위기를 극복하는 새로운 희망과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우리는 이의 출발을 사람을 살리는 정책, 농민, 더 나아가 도시·소비자 살리는 농정을 펼치는데서 시작할 것을 당부한다. 생산주체인 농민을 살려야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있다. 정권이 바뀌고 농산물 통상협정이 새롭게 체결 때마다 정부는 농업·농촌 살리기 정책을 내놓았지만 농민 살리는 정책은 소홀했다. 산업으로서 농업의 구조조정을 통한 국제경쟁력 제고에 초점을 둔 것이 농민을 죽였다. 정부가 올 2월말까지 119조 투융자 농업·농촌종합대책을 보완하겠다고 한다. 이를 전면 바꾸는 것은 시기적으로 촉박하지만, 농정패러다임을 품목이 아닌 사람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농업의 경쟁력은 사람한데 나오지 품목에 있지 않은가. 그렇다고 무차별적으로 사람을 살리자는 것은 아니다. 잘하는 농가는 외국과 맞서 경쟁을 해도 손색이 없다. 반면 그렇지 않은 농민도 많다. 차별화 맞춤형 농정을 구체적으로 추진하자는 얘기다. ○농가 경영안정·복지정책 재정비 농민을 살리는 정책은 농가경영안정을 위한 대책과 복지정책 등을 꼽을 수 있고, 참여정부가 지양하는 농정방향이기도 하다. 현 정부가 농림예산의 20% 수준으로 직불제를 확충하겠다는 것은 일정수준의 농가를 유지하겠다는 정책이지만 사회적으로 농업경시풍조가 만연되고 있는 상태에서 제대로 지켜질지 의문이다. EU 등 선진국의 농업예산에서 차지하는 직불액의 비중은 40%를 차지하고 있지 않은 가. 국가예산의 10%를 농림예산으로 하겠다는 공약은 못 지킨다 하더라도 직불제 예산을 제대로 확보해 농민을 살리자. 특히, 농민들의 삶을 일시에 파괴하는 재해 문제는 꼭 해결해야 한다. 태풍 '루사' 와 '매미'에 이어 호남지역의 폭설로 인한 농민들의 피해는 막심하다. 현실성 있는 구체적 재해 대책을 마련하자. 농민들도 위험관리를 철저히 준비하자. 삶의 질 향상 대책은 농민을 살리는데 중요하다. 참여정부는 지난해 6월 삶의 질 향상 5개년 기본계획을 확정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복지 교육여건 개선 및 지역개발촉진, 복합산업활성화를 통하여 2020년 농산 어촌을 인구의 20% 이상이 지속적으로 거주하는 복합정주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5년간 총 20.3조원(국비1.6조원, 지방비등 8.7조원)의 투융자 계획을 수립 집행되고 있지만 제대로 투자가 되는지 검증하자. 농림부가 이 사업을 가급적 주관하되, 각 부처가 집행하는 사업의 경우 계획, 집행과정, 결과에 대해 농림부가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자. 농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이에 못지 않게 현재의 농정시스템을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 산업구조가 다양하게 분화되고, 국민에게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이에 적합한 농정추진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농업과 식품을 함께 관장하는 선진 외국의 농정추진체계를 갖추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 농업·농촌실정에 맞는 식품산업 육성을 위해 가족농적 가공식품 육성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농촌다움을 살리는 지역개발을 통해 농민들의 농외소득이 될 수 있도록 함은 물론이다. ○농협, 농민 자조조직 역할 다해야 농업협동조합의 개혁은 농민 살리는 농정에서 중요하다. 농민의 자조적 조직으로서의 농협이 제 역할을 다할 때, 농업·농촌문제 해결의 단초가 될 것이며, 결국 농민을 살리는 길이 될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농협개혁을 추진했지만 농민들의 불만은 여전히 높다. 비대해진 중앙회 중심의 조직체계가 농정불신의 주요 원인이 되는 만큼 농민중심의 농협개혁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지방자치 선거가 있는 해다. 민선4기 지방자치 선거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현 정부가 농촌과 도시가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사회를 표방하는 측면도 있지만 지방농정, 지역농업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부분의 투융자 예산 중 많은 부분이 균특 회계로 이관됨에 따라 더욱 그렇다. 지역 인물을 제대로 뽑아야 지역농업 발전으로 이어져 농민이 살수 있다. 농업·농촌의 기본적 이해당사자는 농민이다. 농민이 농업의 주체로 당당히 나설 때 농업의 희망은 담보될 수 있다. 한국 농업의 경쟁력은 농민의 수준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올 한해를 사람 살리기는 정책, 농민을 살리는 농정이 추진될 수 있도록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 다시 새롭게 출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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