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유년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가는 해를 차분하게 정리해야 할 지금, 농민들은 착잡한 심정에 처해 있다. 새해에 대한 희망보다 절망, 신뢰보다 분노가 가득 차 있는 것이다. ○‘쌀대란’에 연이은 농민 죽음 올해는 농민단체장 출신인 박홍수 농림부장관이 농정 총수로 부임하면서 농정 신뢰에 역점을 두고 농정을 펼쳤다. 이런 노력이 나름대로 농민들의 신뢰를 얻은 측면도 있지만, 쌀 협상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불신이 커졌다. 쌀 협상 이면합의 내용이 밝혀지면서 농민들의 분노를 자극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용품, 오추옥 농민 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전용철, 홍덕표 농민이 11월 15일 농민집회에 참석했다 경찰의 폭력 속에서 사망했다. 때문에 사인규명과 경찰 최고 책임자의 처벌을 요구하는 농민·시민들의 집회가 계속되는 상황이다. 이런 사태는 미리 방지할 수 있었는데도 정부가 스스로 화를 자초했다. 시장개방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내놓은 추곡수매 폐지와 공공비축제 도입이 오히려 수확기 쌀값 폭락 등 쌀 시장 혼란을 초래했으며, 전국 곳곳에서 집회 시위가 잇따랐다. 정부와 정치권이 농민들의 요구를 제대로 수용, 대책을 수립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18일 폐막된 홍콩 WTO 제6차 각료회의는 농업협상 세부원칙을 마련하지 못했다. 한국 원정 투쟁단의 적극적인 활동성과도 있었지만 각료 선언문을 통해 농업분야의 민감 품목과 개도국 특별품목이 가능하다는 문구를 담음으로써 향후 개도국 지위확보가 최대 과제로 부각됐다. ○잇단 ‘먹거리 파동’ 불안 심화 농식품 안전성 문제도 사회적·국가적으로 중요성이 강조됐던 한 해였다. 중국산 찐쌀에 이어 중국산 김치의 납 검출, 기생출알 검출 발표로 시작된 김치파동은 국제 통상마찰까지 비화됐으며, 국산 김치 일부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오자 소비자 외면으로 이어졌다. 수출 효자품목으로 꼽히던 김치는 일본 등의 해외시장에서 혐오식품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이와 비슷한 파장이 수산업계에도 말라카이트 그린 태풍으로 불어 닥쳐, 송어와 향어는 물론 수산물 전반에 대한 안전성 논란으로 번졌다. 농식품안전 업무 관장과 관련 부처간 논란이 일고 있지만, 생산담당 부서인 농림부(해수부)가 일관되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협동조합 개혁문제는 미완의 상태로 해를 넘기게 됐다. 7월 1일 시행된 개정 농협법은 농협중앙회장의 지위를 비상임 명예직으로 전환하고, 중앙회에 각 대표이사 외에 교육 지원을 전담하는 전무이사를 도입했지만 개혁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농민중심의 개혁, 농협중앙회 신·경분리, 시군지부 폐지 등 핵심과제가 남아 있는 것이다. 축산분야는 조류인플루엔자 파동, 광우병 미산 쇠고기의 수입논란 등 어려움이 없지 않았지만 한우, 돼지, 양계산물 등 전반적으로 축산물 가격이 안정세를 보였다. 축산물의 자조금 사업은 성과로 볼 수 있으며, 축산업계의 단합된 힘이 식육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 시행을 도입하게 되는 쾌거를 얻게 됐다. ○새해 새로운 희망을 찾아야 올해는 농민들이 시련과 고통을 겪은 해였지만 농촌다움을 갖춘 쾌적한 삶의 공간인 농촌지역은 중요한 자산으로 부각됐다. 5일제 근무와 함께 농촌지역의 환경 문화 자연을 보전, 농촌을 아름답고 쾌적한 공간으로 가꾸어 나감으로써 도시민에게 휴양 여가의 공간을 제공, 소득을 높일 수 있는 출발점이 됐다. 올 한 해를 되돌아보면서 많은 아쉬움이 남지만 해결해야 할 농업 농촌 농민의 현안을 해결하는 전문 언론으로서 역할과 소명을 다할 것을 우리는 다짐한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농업 농촌의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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