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평 밭작물 기계화 연구개발 사업 성공사례와 과제

▲ 조순호 소장이 마늘 파종기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조 소장은 마늘 파종기 개발을 기반으로 감자 파종기까지 개발해 농가 호응이 높다.

국내 밭 농업의 경지면적과 생산액은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밭 농업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기계화율은 평균 56%에 머물고 있다. 이 가운데 파종·이식은 평균 5%, 수확은 평균 13.3%에 그치는 등 기계화율이 요원한 상태다.

이에 농촌진흥청을 비롯한 연구기관은 물론 농기계업체들에서 밭작물 기계 개발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작물과 재배방식이 다양하고 영세업체들의 부족한 자금력 등으로 연구개발이 미진한 것이 숙제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에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이하 농기평)의 연구개발 지원으로 실용화에 성공한 사례가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농기평의 연구개발 사업을 통해 밭작물 기계화의 성공사례와 향후 과제에 대해 짚어 봤다.

조순호 마늘가치혁신연구소장
농기평 지원받아 파종기 완성

밭작물 기계화율 56% 불과
국내 시장성·해외 수출 고려
연구개발비 꾸준한 지원 필수


▲마늘 파종기 개발로 농가 일손 덜어=조순호 한국마늘가치혁신연구소장((주)강농 대표)은 아이디어가 넘치는 농업인이다. 조 소장은 직접 마늘 농사를 지으면서 고령화된 농업인이 직접 마늘을 심고 만만치 않은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현실을 늘 안타깝게 생각했다. 기계가 이를 대체하면 시간과 노동력을 줄이는 것은 물론 더 쉽게 많이 마늘을 심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마늘 파종기를 개발하게 됐다는 조 소장. 그러나 대형 농기계 업체들도 시장성 등의 이유로 과감히 뛰어들지 못하는 밭작물 기계를 개인이 개발하기에는 여러 한계에 부딪혔다.

이러던 중 2012년 8월 농기평의 연구과제에 선정되면서 막혔던 숨통이 트였다. 농기평의 연구과제를 통해 기존 자유낙하 또는 직립방식의 파종기 대신 마늘 종자를 광폭의 종이에 일정 간격으로 부착한 줄 방식의 파종기를 상용화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이 마늘파종기는 단순히 파종 뿐만 아니라 두둑성형, 파종, 복토, 제초, 멀칭까지 파종의 전 과정을 한 번에 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하루에 사람이 직접 심는 경우 약 100~200평에 불과한 작업량을 6000평까지 가능하게 됐으며 이는 기존 기계파종에 비해 약 2배 이상의 작업성능이 향상되는 효과를 봤다.

이러한 성능이 알려지면서 2013년에는 전국 마늘주산지 17곳 약 17만평 정도에 이 파종기를 이용해 마늘을 파종했다. 파종기를 이용하면 손으로 심는 것과 달리 지팡이 모양의 마늘이 생산돼 파종기 사용을 꺼렸던 농가들도 상품성에 문제가 없어 만족도가 높다.

“실제 농사를 지어보니 밭작물 기계화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는 조순호 소장은 “논 농사도 처음에는 일일이 손으로 모를 심었는데 지금은 모두 기계화가 됐다. 고령화된 농업현실을 감안하면 밭작물도 앞으로 기계화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연구개발비 지원 지속 필요=국내 밭작물 기계는 2014년 농기계가격집 기준으로 477개사에서 52기종 1641개의 유형을 생산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제품이 생산되는 이유는 그만큼 작물의 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형 농기계 업체들이 시장성이 낮다거나 수익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선뜻 제품 개발에 나서지 않는 것은 물론 중소·영세업체들도 자금력 부족으로 제품개발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우수한 기술력이나 제품개발이 가능한 곳에 꾸준한 연구개발비가 지원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동양물산기업은 현재 자주식 고추수확기 개발에 나서고 있다. 농기평의 연구개발 과제에 선정돼 지난해부터 개발에 착수했다. 농가시험을 거쳐 오는 2017년이면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영선 동양물산기업 연구소장은 “고추는 시장성도 있어 수확기가 개발되면 국내시장은 물론 수출 가능성도 있는 분야”라면서 “미래의 시장성을 내다 본 연구개발이라고 볼 때 회사의 자체 자금으로 한다면 시간이 더 걸릴 수 있겠지만 연구개발비가 지원되면서 개발시기가 앞당겨 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형 농기계 업체들도 연구개발비 지원이 제품개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조순호 소장은 “정부 과제로 연구가 끝난 사업이라도 우수한 기술에 좀 더 관심을 가져주고 기술개발에 지원이 더 이뤄진다면 순수 국내기술로 고성능의 제품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이상길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장은 “이미 연구개발이 끝난 과제일지라도 수정·보완을 통해 새로운 과제를 제시하면 사업화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자금지원이 있어 이를 활용하길 당부한다”며 “밭작물 기계 개발에 있어 국내 시장성과 해외 수출까지 고려가 된다면 연구개발의 기획 단계에 이러한 장점을 부각시키면 과제 선정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고 연구개발비 지원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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