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어촌 지키기 운동본부, 농어촌 지역구 지키기 본격화

 

1992년 제14대 총선에서 농어촌 지역구는 73곳이었다. 20년이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23곳으로 50곳이나 줄었다. 그럼 내년 20대 총선에서는? 20곳을 밑돌게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기류를 봤을 때란 전제에서다. 더구나 농어촌 지역구를 지켜야 한다고 외쳐도 ‘계란에 바위치기’에 불과했던 게 수십년짼데, 20대 총선이라도 다르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 농업계가 올해 농어촌 지역구 국회의원들과 손을 맞잡기로 한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들은 ‘농어촌 지역구 사수’라는 지향점을 향해 ‘우리 농어촌지역 지키기 운동본부’에서 함께 발을 맞추기로 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국회 안팎에서 농어촌 지역구를 지키기 위한 움직임은 빨라질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농어촌 지역구 계속 축소…내년 총선 20곳 이하 점쳐지기도
정개특위 활동도 지지부진…권역별 비례대표제 등에만 관심
숫적 열세에 충분한 목소리 반영 감감…범농업계 합심 나서


▲지금으론 힘들다?=‘농어촌의 지역대표성’은 지난해 10월 30일에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온 직후부터 수면위로 떠올랐다. 헌재의 결정대로라면 25곳의 선거구가 하한인구수에 미달하게 되고, 이 중 대부분이 농어촌 지역구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포함해 선거구 획정의 전반적인 사안들을 검토하기 위해 국회는 3월 17일에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구성을 완료하고, 18일에 첫 문을 열었다. 이를 전후해 농업계에서는 정개특위에서 농어촌 지역구를 유지하는 방안을 제시해줄 것을 촉구했지만, 농업계의 바람대로 흘러가지는 못했다. 통·폐합 대상으로 분류된 농어촌 지역구의 국회의원들이 애초 정개특위에서 제외되면서 정개특위의 역할론에 의문부호가 달렸고, 그나마 정개특위 활동 초반에 형성되는 듯 했던 ‘농어촌 지역구를 보호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최근들어 서서히 흐려지는 모양새다. 오히려 정개특위원들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국회의원 증수 등에 관심이 쏠려 있다.

특히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지적도 많다. 이 개정안을 보면, ‘국회 소관 상임위 또는 선거구획정에 관한 사항을 심사하는 특별위원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지명하는 1명과 학계·법조계·언론계·시민단체·정당 등으로부터 추천받은 사람 중 8명을 의결로 선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농어촌 지역의 현실을 대변해 줄 수 있는 ‘농어촌의 대표자’가 선거구획정위원에 선정될 수 있는 뚜렷한 방안은 없는 상태다 없다. 19대 총선에서도 농어촌을 대표하는 인사가 포함되지 못했고, 최종 농어촌 지역구가 2석이 축소됐다.

▲범농업계, 한목소리로=정개특위와는 별도로, 국회에서는 농업계과 똑같은 주장이 제기돼왔다. 헌재 판결이 난 다음, 지난해 11월 5일, 헌재의 기준에 따라 통·폐합 대상에 포함된 지역구의 국회의원 11명이 ‘농어촌 지방주권 지키기 의원모임’을 꾸렸다. 이들은 3월 농어촌의 지역대표성을 보완하는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발의한 가운데 5월 중에 지금의 국회의원 선거구가 국회의원 지역 대표성의 평등가치를 훼손해 헌법에 위반된다는 내용의 헌법소원을 제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처럼 지속적으로 농어촌 지역구를 지켜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해오고 있지만, 11명의 국회의원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개특위에서도 공직선거법 심사소위원장을 맡은 경대수 새누리당(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 의원과 함께 신정훈 새정치민주연합(전남 나주·화순) 의원이 농업계의 입장을 전하고 있음에도, 물리적으로 힘이 부치고 있는 모습과 마찬가지다. 의원모임의 여당 간사인 황영철 새누리당(강원 홍천·횡성) 의원이 “국회에서 수적 열세 때문인 농어촌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하는 만큼 농업계에서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줬으면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마침내,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를 비롯한 주요 농민단체와 의원모임, 농업경영인조합장협의회 등이 ‘농어촌 지역구 지키기’에 함께 나서기로 했다. 오는 20일에 출범할 ‘우리 농어촌 지역 지키기 운동본부’가 그 시작이다. 이들은 운동본부를 통해 농어촌 지역구의 유지를 목표로 범농업계가 하나로 뭉쳐 강력한 대응활동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황영철 ‘농어촌 지방주권 지키기 의원모임’ 간사
“지역구 지키기 적극 협력”

 

▲농어촌 지역구 국회의원의 역할은.

-도시와 농어촌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요즘, 농어촌의 현실을 전달한 창구가 절실하다. 농어촌 지역구 축소는 농업예산 감축 등 농어촌의 문제를 해결할 통로가 없어진다는 얘기다. 국회에 농어촌 대변자가 있어야 하는 이유다. 우리나라와 같이 단원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지역대표성이 우선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의원모임에서 헌법소원을 준비중인데.

-20일 출범식 이후 운동본부와 함께 헌법소원을 청구할 것이다. 구체적인 시기는 더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이달안에 제출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헌법소원의 법리적 검토와 실무 준비는 마무리됐다. 헌법소원의 결과가 나오는 시기는 예단할 수 없지만, 그 중요도를 감안한다면 20대 총선 선거구획정을 마무리해야 하는 11월 이전에 헌재가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운동본부에 참여한 이유는.

-국회에서 ‘농어촌 지방 주권 지키기 의원모임’을 만들었을 때와 같은 이유다. 농촌 출신 국회의원으로서 농어촌의 현실을 대한민국이 외면하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할 것이다. 이 같은 얘기가 국회의원 의석을 지키기 위한 것은 절대 아니다. 국회에 한정돼 있던 의원모임의 활동범위를 넓히는 것은 물론, 농업계와 함께 농어촌 지역구를 지키는데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앞으로의 활동계획이 있다면.

-의원모임은 운동본부의 모든 활동에 연대해 참여할 예정이다. 운동본부가 추진하는 활동에 국회 차원에서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농업계에도 적극적인 지지와 도움을 부탁드리고 싶다. 아직 농어촌 지역에서는 헌재의 결정이 농어촌에 어떤 의미로 다가올 것인지에 대해 잘 느끼지 못하고 있다. 농업계와 힘을 모아 이 같은 우려를 적극 알리는데도 주력하겠다.


#김진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 
“지역구 유지 당위성 제시”

 

▲헌재의 판결을 어떻게 보고 있나.

-농어촌의 이익에 반하는 헌재의 결정은 굉장히 유감스럽다. 헌재는 인구만을 기준으로 판결했는데, 거꾸로 생각하면 헌법이 갖고 있는 ‘평등의 원칙’이라는 면에서 볼 때 이 역시 위배되는 판단이다. 농어촌을 대변하는 농민단체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만이 아니라 국가의 구성원인 국민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부당한 결과다.

▲농어촌 지역구가 왜 지켜져야 하나.

-농촌은 농민들만의 공간이 아니다. 공기를 정화하고, 홍수를 조절하는 등 농업의 다원적 기능은 전 국민이 혜택을 보고 있다. 그런데 농어촌 지역구의 국회의원이 줄어든다면, 농업을 대신해 목소리를 내줄 ‘대표자’가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농촌과의 소통이 단절될 경우 농민들의 ‘삶의 질’이 약화되고, 농촌의 다양한 가치들도 훼손될 수밖에 없다.

▲운동본부에 대한 기대가 있다면.

-국회의원들이 직접 법을 만들기 때문에 법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농업계의 목소리가 필요한 것이다. 국회에 농어촌 지역구를 유지해야 하는 당위성을 제시해줘야 한다. 더구나 한 예로, 국회의원 300명 중 120여명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공정한 법이 만들어질 수 있겠는가. 그 저울추의 평행을 맞추는게 운동본부의 역할이다.

▲선거구만 지키는 것으로 끝나나.

-절대 그렇지 않다. 단순히 ‘농어촌 지역구를 지키자’는데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말로만 농업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정작 예산은 쥐꼬리 만큼이다. 오히려 농업은 마이너스 성장이다. 농업이 국민들로부터 ‘함께 지켜야 하는 농업’이란 인식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국민운동’도 함께 전개할 계획이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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