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듯한 생활·막막한 미래 ‘다시 도시로’

저임금 장시간 노동 여전
일본 '청년취농급부금'처럼

귀농초기 정착지원 절실

최근의 귀농·귀촌 흐름과 관련해 정부와 언론이 주목하고 있는 계층은 2030세대다.

청년 실업률이 역대 최고치(11.1%)를 기록, 청년 실업 해소가 시급한 국가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 하지만 실제 청년들의 귀농귀촌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귀농을 희망하는 청년들의 모임, ‘명랑시대’ 카페지기인 유희정 씨는 “청년들이 도시의 무한경쟁을 피해 새로운 삶을 꿈꾸며 농촌으로 내려가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올라오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5년 전 귀농을 결행했던 홍현미(가명·29) 씨는 아무런 준비 없이 내려갔다가 실패한 경우다. 대학 3학년이었던 2010년 한 예비사회적기업의 농가연수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휴학 후 이천의 한 농가로 내려갔다. 그때는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면 행복해질 거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할 곳도 없었고, 팔더라도 대출금(학자금)을 갚고 생활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열악한 주거환경도 힘들었다. 결국 그녀는 6개월 만에 서울로 돌아왔다. 이후 다시 한 체험마을 사무장으로 취직, 귀촌했지만 거기서도 6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홍씨처럼 무작정 뛰어든 2030세대들은 농촌의 인력회사를 전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농촌도 젊은층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올 2월, 서울에서 전남 영암으로 귀농한 김성민(가명·39) 씨는 “도시에서 온 사람들에게 농촌 사람들은 땅을 팔기는커녕 임대도 잘 해주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어렵사리 1만3223㎡(4000평)을 구했는데, 아내의 외가쪽 친척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유희정 씨는 “귀농·귀촌을 지원하는 기관이 청년들에게 제공하는 일자리는 대부분 적은 비용에 장시간 노동을 요구하는 곳으로 도시와 별반 차이가 없다”며 “농촌에서 청년들을 저렴한 일꾼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김정섭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용노동부가 실시하는 농산업인턴제의 경우 6개월을 기한으로 한달에 60~80만원이 지급되는데 일을 배우기도 어렵고, 이후 아무런 보장도 없기 때문에 청년들이 버티기 힘든 구조”라며 “귀농 초기 정착을 돕기 위해 일본정부가 시행하는 ‘청년취농급부금’처럼 귀농을 원하는 청년세대가 경제적 부담 없이 농촌에 정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김선아·이현우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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