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뭘 하겠다는건데?”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있던 다음날, 국회에서 만난 한 보좌관의 물음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활동하다 제19대 하반기 국회에서 상임위를 바꾼 한 의원실의 보좌관이었던 터라, 해양수산부 장관에 몹시도 관심이 쏠린 모양이었다. “아무리 검색해도 내용이 없다”는 게 그의 얘기였다. 그래서 포털사이트에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을 직접 검색해보니, 하나같이 ‘10개월 짜리 장관’이란 얘기 뿐이었다.

물론, 맞는 얘기다. “총선에 출마할 것이냐”고 질의하는 농해수위원들에게 유기준 해수부 장관 후보자는 “그 부분에 대해서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대답을 회피했다. 이날 얘기를 종합해보면 결론은 “출마하겠다”는 것. 이 때문에 유기준 후보자를 향해 길어야 10개월밖에 안되는 시한부 장관이란 비판이 쏟아진 것이다. 총선에 나서기 전 경력란에 ‘해양수산부 장관’을 넣기 위해 기꺼이(?) 해수부 장관직을 수락한 유기준 후보자에 대한 농해수위원들의 지적은 당연했다.

그런데 문제는 ‘10개월짜리 장관’ 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결국, 해양수산부 장관으로서 유기준 후보자의 전문성을 언론에서는 주목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날 인사청문회는 오전 10시 3분에 개의해 19시 50분에 산회했고, 점심시간과 정회시간을 제외하면 5시간이 넘게 진행됐다. 유기준 후보자의 총선출마 여부는 오전 질의에서 대부분 일단락됐고, 오후에는 그나마 ‘정책’에 대한 얘기가 오갔다. 그러나 언론의 관심은 다른 데 있었다. 보다 자극적인 ‘장관의 수명’. 그렇다고 유기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뚜렷한 자기의 소신을 밝힌 것은 아니다. ‘유념하겠다’, ‘검토하겠다’, ‘공감한다’, ‘같은 생각이다’ 등의 애매한 표현으로 농해수위원들의 질의에 답했지만, 이마저도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해수부에 애정을 갖고 있는 의원실은 물론이고, 어민들이 ‘유기준 후보자가 해수부 장관이 될 만한가’라는 판단에 ‘맞다’ 또는 ‘아니다’를 두고 갸웃하고 있는 이유이다.

조만간 유기준 해수부 장관이 취임을 앞두고 있다. 비판도 상대를 알아야 가능하다. 수산업을 대하는 그의 소신, 어민들을 위하는 유 후보자의 생각 등을 듣고, 유기준 후보자가 해수부를 이끌 적임자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대중의 몫이다.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언론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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