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내포의 로컬푸드식당 ‘멸치국시와 돈까스’ 이동형 대표

▲충남 내포신도시에서 로컬푸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이동형 대표. 그는 “식당 하나가 지역의 농축산물을 얼마나 많이 소비할 수 있는지 꼭 보여주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대규모 단작농업이 아니라
다품목 소량생산이 ‘답’ 확신

지역의 좋은 식재료 구하러
일일이 찾아다니며 거래
‘농민이 부르는 값 지불’ 원칙


블로그·카톡 ‘입소문 응원’ 든든
공공기관·고속도로 휴게소까지
로컬푸드 퍼뜨릴 ‘야무진 꿈’

 

“맛있게 매운 로컬고춧가루 어디있는지 아시는 분 댓글 부탁드려요~”

“구항 거북이마을 고사리, 어떻게 사는지 혹시 연락처 아시나요?”

그의 페이스북엔 종종 이런 글이 올라온다.

충남 홍성 출신. 올해로 38세. 농업에 대한 무한 짝사랑으로 친환경 로컬푸드에 미친 남자. 내포신도시 충남도청 옆에서 로컬푸드 식당인 ‘멸치국시와 돈까스’를 운영하고 있는 이동형 씨 이야기다.


◇늘 농업 현실이 궁금했던 청년

그는 어려서부터 농업에 관심이 많았다. 농업직 공무원이셨던 아버지를 비롯해 눈앞에 보이는 게 다 농업이고, 농민들이었으니까.

‘왜 이렇게 고생을 하는데 농민들은 제값을 못받을까.’ 그때도 그게 늘 고민이었다.

다른 나라는 어떤지, 궁금했다. 우연한 기회에 몽골로 가 2년간 거주하면서 다국적 농업회사들의 실상을 봤다. 인공위성으로 각 나라의 작황을 손금 보듯 들여다보며 세계 곡물시장을 장악해 나가는 그들을 보며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이런 회사들 틈에서 우리 농업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화학비료와 농약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대규모 단작농업의 폐해도 눈으로 확인했다. 그때부터 ‘로컬푸드’에 대한 관심이 싹트기 시작했다. “규모화를 통해서는 절대 태생부터 땅이 넓은 나라를 이길 수 없겠더라구요. ‘다품목 소량생산’을 통해 가까운 거리의 소비자 요구에 발빠르게 대응해 나갈 수 있다면, 거기다 친환경이라면 해 볼만 하지 않을까 생각했죠.”

몽골에서 돌아와 한국벤처농업대학을 비롯해 여러 농민대학을 다니며 공부를 시작했다. 인터넷을 뒤져가며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농업 선배들도 무작정 찾아다녔다. 자기보다 앞서 농업을 고민한 이들의 생각은 무엇인지, 무슨 농사를 어떻게 짓고 있는지 궁금했다. 제천의 이해극 선생, 담양의 김상식 선생, 장성 학사농장의 강용 대표, 제주 물뫼힐링팜의 양희전 선생, 장안농장의 유근모 대표, 흙살림 이태근 회장, 양평의 김병수 선생 등이 모두 그때 인연을 맺은 이들이다.


◇로컬푸드 식당으로 도전장을 내밀다

 

▲ 홍성 한우와 부여 고사리, 홍성 토란대, 예산국수 생면이 들어간 육개장칼국수. 진하고 얼큰한 맛이 일품이다.

나름의 시행착오와 고민 속에 그가 내린 결론은 ‘로컬푸드 식당’. 가장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 로컬푸드를 실천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원래 배추 한포기 가격보다 그걸 운전해서 서울로 올라가는 사람의 인건비와 운송비, 보관비가 더 많이 들어가는 시대 아닌가. 우리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을 직접 구매해 우리 지역 소비자들에게 먹일 수 있다면 이런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겠다는 ‘단순한’ 생각이 그를 움직였다.

뜻 맞는 지역의 선후배 5명과 ‘충남로컬푸드’라는 농업회사법인을 만들고, 지금의 식당을 차렸다. 프랜차이즈 사장님을 찾아가 ‘본사의 물건은 쓰지 않겠다’는 황당한 조건을 걸고 가맹점을 받아냈다. 한정식이나 산채정식보다는 누구나 쉽게 지갑을 열 수 있는 국수나 돈가스로 로컬푸드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그들의 설득에 사장님도 넘어갔다.

그 다음부턴 메뉴에 적합한 식재료를 구하기 위해 일일이 농가들을 찾아다니며 거래를 텄다. 현재 그의 식당에서 쓰는 식재료는 홍성의 한우, 돼지, 닭을 비롯해 농산물이 계절별로 30~50가지가 넘는다. 농가에서 직접 만든 들기름, 매실액기스 등도 빠질 수 없는 식재료 중의 하나.

지난해 10월, 그는 식당 오픈 1년을 기념해 “돈가스로 423마리의 돼지 등심, 초계국시로 1,456마리의 닭 가슴살, 주먹밥으로 1.78톤의 지역 쌀을 소비했다”는 결산서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양파·마늘·청양고추·토마토·유정란·고춧가루·참기름·들기름·김치·새송이·양배추·파프리카 등을 공급해 준 수많은 생산자분들에 대한 감사 인사와 함께.


◇그의 원칙-생산자가 부르는 값을 지불한다

그가 식재료를 구입하면서 꼭 지키는 원칙이 하나 있다. ‘무조건 생산한 사람이 부르는 값을 지불한다’는 원칙. “우리가 핸드폰 사면서 이거 너무 비싸니 20만원에 사고 싶다, 하진 않잖아요. 농산물도 자기가 생산한 것은 자기가 가격을 매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가 “한접에 적어도 2만원은 받아야 하는데, 요즘 시세가 1만원이야”라고 말씀하시는 마늘농가에 2만원을 드리고 오는 이유다.

“그래도 장사인데, 그렇게 해서 수익이 남느냐”고 묻자 “아직 안망했잖아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지난해 세월호다, 조류독감이다 해서 인근 식당만 해도 문 닫는 곳들이 많았지만, 자신들은 잘 버티고 있다는 것.

“우선 식재료를 납품한 생산자분들이 가만히 계시질 않아요. 밥 먹을 거면 그 식당 좀 가봐, 일 끝내고 우리 그 식당 가자, 다들 손님들 데리고 찾아오시죠. 얼굴 있는 먹거리를 원하는 엄마들도 열심히 입소문을 내주세요. 블로그로, 카톡으로. 그 흔한 전단지 한 장 뿌려본 적 없지만, 같은 값이면 우리 지역 농축산물을 소비하는 식당을 애용하자는 응원군들이 충분히 많아요.”

돈가스 접시에 놓인 딸기를 보고 ‘벌써 우리지역에 딸기가 나오는구나’를 알게 되고, 시원한 매실차 한 잔에 생산자를 찾아 매실엑기스를 따로 주문하고, 국수 위에 고명으로 올려놓은 애호박의 아삭한 식감이 좋아 시장에 들러 다시 지갑을 여는…그가 얘기하는 진짜 로컬푸드다.


◇더불어 잘 사는 지역사회를 꿈꾸다

큰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모두가 응원하고 축복해주는 일을 하고 있으니 행복하다는 그. 앞으로 충남 16개 시·군 중 적어도 7~8군데에 로컬 식당을 원하는 분들과 노하우를 공유해 지점을 내고, 공공기관 구내식당이나 고속도로 휴게소까지 진출해 보겠다는 ‘야무진 꿈’을 밝혔다. 로컬푸드의 산증인인 지역내 어머니들만의 레시피를 모아 진짜배기 로컬메뉴도 꾸준히 만들어 볼 참이다.

수입 식재료는 기본이요, 공장에서 만들어진 음식을 봉지만 뜯어 데워 내는 ‘무늬만 식당’이 넘쳐나는 요즘, “식당 하나가 지역 농산물을 얼마나 많이 소비할 수 있는지, 그래서 지역 농민들과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 얼마나 보탬이 되는지 꼭 보여주겠다”는 그의 도전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긍정 에너지가 넘치는 그의 환한 웃음 속에 답이 있는 듯 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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