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안된다면 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한 의원실 보좌진은 말끝을 흐렸다. 또다른 의원실에서도 내년 예산안에 대한 물음에 같은 대답을 내놨다. 내년도 예산안법정시한인 12월 2일 이전에 예산안을 처리했고, 2002년 이후 12년만이라는 국회의 자화자찬 속에서 농해수위의 상당수 의원실은 여전히 허탈감에 빠져있다. 보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찬가지. “상임위에서 아무리 예산안을 올려도 기재부가 안된다면 뭐, 별 수 없지 않겠는가”라는 한숨 섞인 답이다. 다음해 예산안이 결정되면 늘 나오는 ‘상임위 무력화’ 얘기가 이번에도 역시 반복됐다.

내년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예산 및 기금의 총 지출규모는 정부안 대비 509억원이 줄어든 14조431억원. 농해수위는 한달여 전에 정부안 대비 총 6837억원을 증액한 14조7777억원을 내년 농식품부 예산안으로 의결했지만 결과는 오히려 정부안보다 감액됐다. 농해수위의 예산안 및 결산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거쳐 결정한 내용인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결과에서는 상당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심사 중에 기재부 관계자들은 농업분야 예산에 대해 고개를 흔들었다고 한다. 기재부는 국회 대정부질문 등에서 “국가 전체 GDP(국내총생산)에서 농업분야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한데, 예산은 그보다 많다”고 얘기한 바 있다. 그만큼 ‘농업예산은 충분하다’는 인식이다. 그러니 농해수위에서 어렵게 처리한 예산이 단칼에 거절당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농해수위 의원실에서 탄식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농업분야 예산을 늘리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뚜렷한 답은 없지만, 기획재정부를 설득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간의 과정을 보면 쉽지는 않다. 사실상 예산안의 열쇠를 쥐고 기재부를 대상으로 한, 전방위적인 설득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고 단순하게 예산만 달라는 식은 안된다. 농식품부는 주요 예산안에 대한 구체적인 활용계획을 내놓고, 농해수위는 이를 꼼꼼히 따져 예산안을 심사해야 한다. 총액만 늘리기 보다는 내용에 충실해야 한다는 전제에서다. 일례로, 일명 허수예산이라는 살처분보상금, 재해대책비 등이 국회 심사과정에서 삭감됐는데, 이렇게 삭감한 예산은 농업예산으로 재편성되지 못했다. 충분히 예상됐지만 대응하지 못했다. 또 농해수위의 결과가 ‘우리끼리’의 예산이 되지 않으려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예결위 등 타 상임위와의 심도있는 논의도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 ‘진짜’ 농업예산을 만들어야 한다. 농민단체 등 현장과의 소통은 물론이다.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올해 예산안을 꼼꼼하게 파헤치고, 내년 예산안을 꼼꼼하게 챙겨보자. 이게 시작일 수 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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