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주고 받는 마음 담긴 로컬푸드
생산자-소비자가 교감하는 사회로


농민에게 자신이 농사지은 농산물은 시장에서 돈으로 교환하는 상품 이상입니다. 나와 함께 긴 시간을 함께 보낸 살아 있는 동지이며 나의 땀과 노력과 에너지가 담긴 살아 숨 쉬는 생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농민들은 농작물에 대해 곧잘「자식과 같은」,「목숨과 같은」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지요. 작물에 따라서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 넘게 씨를 뿌리고 거름을 주며 풀을 매주고 북을 돋아주고 물과 바람과 햇빛을 보며 아침∙저녁으로 보살핍니다. 그러다보면 농부인 자신도 모르게 그것에 상품 이상의 가치를 두게 됩니다. 그런 농산물이 그것을 키운 농부의 이야기와 생산되는 과정에서의 노력은 전달되지 않고 공판장에서 경매사에 의해 단순히 외관과 무게로만 계산된다는 것은 농민들에게는 참으로 슬프고 허무한 일입니다.

그러나 로컬푸드는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키운 먹을거리는 바로 나 자신임을 말할 수 있습니다. 농약과 비료로 키운 것이 아니라 땅에 깃들어 있는 에너지와 하늘에 있는 태양의 기운, 그리고 농부의 땀방울로 키운 것임을 그것을 먹는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로컬푸드는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곳이 어디인지, 누가 생산한 것인지, 누가 먹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언니네텃밭은 매주 정기적으로 보내지는 꾸러미를 통해 여성농민인 우리 자신을 보입니다. 생명의 먹거리를 길러내는 여성농민의 거친 손을 같이 보듬습니다. 그리고 요즘 제철에 나는 먹거리는 어떤 것인지, 그것을 생산하는 농민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것이 있는 농촌은 어떤 모습인지? 꾸러미에 담겨져 있는 먹거리와 함께 생산자와 소비자는 소통합니다. 또한 꾸러미를 받은 소비자들은 먹거리를 받으면서 그것을 보내온 농민들의 땀방울과 꾸러미와 함께 날아온 그 곳의 바람을 느낍니다. 그렇게 먹거리를 생산하는 사람과 먹는 사람들은 교감합니다. 그것이 로컬푸드입니다.

다가오는 이번 꾸러미에는 팥죽과 동치미를 보냅니다. 동지를 며칠 앞두고 보내는 꾸러미이기 때문에 한 해의 액운을 막아줄 팥으로 죽을 쑤고 찹쌀가루와 멥쌀가루를 섞어 새알을 빚어 보내려고 합니다. 옛날부터 팥죽에는 항상 동치미가 따랐습니다. 통째로 넣은 무가 서걱서걱 씹히는 잘 익은 동치미가 있어야 팥죽의 달콤한 맛이 제격이지요. 이렇듯 꾸러미에는 우리의 삶이 들어 있습니다. 그것이 로컬푸드입니다.

로컬푸드란 가까운 사람들 사이의 먹을거리입니다. 물론 가깝다는 것은 물리적 거리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먹을거리를 나누지만 먹을거리만을 나누지는 않습니다. 로컬푸드란 바로 그런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음까지 나누는 가까운 관계이기 때문에 나와 다른 타인의 삶이라 할지라도 이해하고 공감합니다. 먹거리에서 들려오는 속삭임을 통해 서로의 삶을 주고 받습니다. 오늘처럼 눈 내리는 추운 겨울밤에는 농부가 아닌 사람들도 얼어붙은 들판을 걱정합니다. 로컬푸드란 바로 그런 것입니다. 사람이 살 만한 아름다운 사회는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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