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가까워지자 각 지자체마다 앞 다퉈 발표하는 내용 중 하나가 바로 국비사업 확보에 관한 내용이다. 얼마나 많은 예산을 따왔느냐가 곧 자치단체장의 능력으로 비춰지는 현실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정부가 10여년째 진행중인 농어촌개발사업도 자치단체장의 치적용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농식품부가 이 사업을 처음 도입할 당시 10년 동안 전국 1000여개 권역에 걸쳐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지자체들은 더욱 바빠졌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이 사업이 진행된 권역은 사실상 ‘김빠진 맥주’ 꼴이다. 당초 농식품부가 제시했던 장밋빛 미래가 열린 곳은 손에 꼽는다. 이런 지적을 농식품부도 겸허히 받아들이고 사업방식을 바꿔가기 시작했다. ‘준비가 안 된 마을에 수십억원의 예산을 쏟아 붓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호언한 것. 또한 당초 세웠던 1000개 권역에 대한 목표를 재설정해 더 이상 개소 수에 집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올해는 농식품부의 지침에 큰 변화가 있은 후 사업심사가 이뤄지는 첫 해나 다름없다. 지난해와 올해 현장포럼이라는 것을 통해 역량이 쌓인 마을을 토대로 2016년 사업대상지를 선발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우려되는 지점이 있다. 사업대상지 선정을 위한 심사가 얼마나 공정하게 이뤄질 것이냐 하는 문제다. 현재 각 지자체는 2016년 사업대상지 선정을 위한 예비계획 등을 만들고 있다. 농식품부와 도는 이 예비계획에 대한 평가를 통해 대상지를 선정한다. 

평가의 상당부분은 지자체가 제출한 예비계획서를 통해 이뤄지는데, 실현가능성이나 주민참여도 보다는 ‘정부기준에 적합하게 잘 짜여 진 계획서’가 대접받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의 예비계획서 심사를 놓고 ‘거짓말 경진대회’라는 소리까지 들린다. 또 전국의 도나 시군에선 자기지역이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격려도 하지만, 온갖 편법도 동원되는 게 현실이다. 이제 불과 1달 후면 본격적인 심사가 시작된다. 정부의 현실성 있는 대안이 시급하다. 

안병한 기자 전남취재본부 anb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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