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000만원→올 3월 1000만원으로 축소…친환경농가에 직격탄
일반업체 식재료 공급…사후검사로 농산물 안전성 담보 의문 우려도


서울시 관내 초등·중학교의 친환경농산물 학교급식 확대를 위해 수의계약 범위를 확대하는 동시에 학교급식 친환경농산물의 신뢰확보가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친환경농산물 인증제도의 허점 등으로 촉발된 안전성 문제로 인한 소비자의 불신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생산자는 물론 학교급식에 납품하는 유통센터나 공급업체들의 자구책이 요구되고 있다.

▲판로가 좁아지는 농민들=서울시는 우리나라 친환경농산물 학교급식의 주요 판로 가운데 한 곳이다. 지자체들이 앞 다퉈 서울시와 MOU를 맺고 서울시 관내 학교 공급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추세는 친환경농산물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까지 서울시교육청은 관내 학교급식 계약 방식 가운데 수의계약의 범위를 2000만원까지 정했다. 덕분에 서울시 친환경유통센터를 통한 친환경농산물 학교급식이 사실상 대세로 자리 잡았었다.

그러나 올해 3월 서울시교육청이 식재료구매지침을 변경하면서 수의계약의 범위를 1000만원으로 하향 조정하고 가급적 경쟁입찰을 통한 식재료구매를 권장하면서 서울시 학교에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하는 업체들 사이에 혼란이 일었다. 가장 피해를 본 것은 서울시친환경유통센터다. 식재료구매지침 변경 이전에 약 860여개의 학교에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해 왔지만 수의계약의 범위가 일반 업체들과 같아지면서 경쟁이 심화돼 지금은 공급 학교 수가 크게 줄었다.

여기에 서울시교육청이 친환경급식 식재료 권장비율이 과거 초등학교 70%, 중학교 60%에서 모두 일괄적으로 50%로 감소한 것도 농가들의 판로가 줄어드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다만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친환경급식 식재료 권장비율을 70%까지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렇다 보니 서울시 친환경유통센터를 통해 물량을 공급하는 친환경농가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시교육청의 식재료구매지침 변경 전에 계약을 했던 농가들은 출하를 못하거나 재배면적을 줄일 수밖에 없게 됐다. 자연히 농가의 소득은 감소하고 출하가 담보되지 못한 땅은 놀릴 수밖에 없게 됐다. 여기에 서울시 친환경농산물 학교급식을 담당하고 있던 지역별 광역산지협의회 소속 경영체들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산지협의회 소속 경영체 2곳이 경영상 어려움으로 사업을 포기한 것은 물론 나머지 경영체들도 상황이 다르지 않은 실정이다.

▲신뢰확보 위한 자구책도 마련해야=친환경농업계는 현행 서울시교육청의 식재료구매지침을 변경해 수의계약의 범위를 2000만원까지 상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럴 경우 친환경유통센터를 통한 농가들의 출하가 늘어나는 동시에 안전한 식재료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과거 친환경유통센터를 통해 공급되는 친환경농산물은 학교급식으로 나가기 전에 잔류농약에 대해 사전검사를 거친다. 그러나 현재 일반 업체를 통해 학교급식에 공급되는 친환경농산물은 사후검사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렇다 보니 이미 학생들에게 문제가 있는 친환경농산물이 공급이 되면 사후약방문식의 대처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농식품부와 교육부는 지난 7월 관계부처 협의회를 열고 내년부터는 학교납품 이후의 조사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사전조사로 대체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은 “그동안 친환경유통센터를 통해 계획생산과 안정적인 판로가 확보됐던 농가들이 지금은 중간 유통업자들에게 울며 겨자 먹기로 출하를 하고 있다”며 “더욱 중요한 것은 지금의 사후검사 시스템으로는 친환경농산물의 안전성 담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친환경농산물 생산농가는 물론 친환경유통센터를 비롯한 공급업체들의 자구노력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판로를 확보해 공급물량을 높이는 목적 외에 친환경농산물에서 잔류농약이 검출되고 공급업체의 사전검사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이를 불식시킬 수 있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의 관계자는 “많이 개선이 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공급업체나 유통센터에 대한 불신을 해소 시킬 수 있는 자구책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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