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콩연구회 "대기업 국산 사용량 줄어 재고 쌓여" 주장
"두부 소비 비중 10%대 불과…시장 위축 영향력 적어" 반론
재고량 증가 원인두고 대기업 신규 수매 외면 탓 분석도


11월 두부의 중소기업적합업종품목(중기업종) 지정이 만료되는 가운데 재지정 여부를 놓고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을 끌고 있는 부분이 있다. 재지정 반대 입장을 내고 있는 쪽이 대기업이 아닌 농협중앙회 등의 생산 농가라는 점이다. 하지만 농가의 주장대로 중기업종 지정 자체가 국산 콩 소비 측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선 여러 시각들이 엇갈리고 있다. 과연 왜 그런 것일까. 생산 농가들의 목소리와 국내 콩 시장의 상황을 통해 일련의 사태 흐름을 정리해 본다.

▲중기업종이 국산 콩 소비 위축 불렀다=최근 한국콩연구회 소속 콩 생산 농가들은 두부의 중기업종 재지정을 철회해달라는 취지의 대정부 건의문을 채택했다. 콩의 경우 대부분 가공제품인 두부로 인한 수요가 많은 특성상 중기업종 지정으로 대기업의 참여가 제약되면서 소비 위축으로 이어졌고, 수매 역시 영향을 받게 돼 이 피해가 농가에 되돌아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앞서 농협중앙회도 지난 2011년 두부의 중기업종 지정 과정에서 생산 농가의 의견이 철저하게 배제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재지정 철회 입장을 동반성장위에 전달했다.

이와 관련 한국콩연구회 관계자는 “두부의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 이전에는 대기업이 어쨌든 국산 콩을 활용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이에 대한 진입을 갑작스럽게 제한하다보니 중소기업으로선 감당할 수 있는 준비가 충분치 않아 국산 콩 사용이 줄면서 재고량이 쌓이고 있는 실정”이라며 “중기업종 부분이 콩 재고량 증가의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지속적인 소비 감소 부분과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기업종 지정이 콩 소비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우려의 근간을 보면 생산 분야에서 갖고 있는 우려 지점이 엿보인다. 중기업종 지정 이후 국산 콩 재고량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런 현상의 원인이 중기업종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는 점이다.

▲국산 콩 두부 비중 작아 중기업종 지정 영향 미미하다=하지만 국산 콩 재고량 증가가 농가 우려와는 달리 중기업종 지정과 큰 관련이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중기업종 지정 자체가 콩 수요에 영향을 미칠 여지는 있지만, 그 영향력이 작기 때문에 중기업종 지정 자체로 단정 지을 수 어렵다는 목소리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콩 생산량 중 두부업체에서 소비되는 물량은 국산 콩의 경우 14% 정도가 된다. 그만큼 두부라는 품목을 국산 콩 소비 위축의 주범으로 몰고 가기는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최근 몇 년 동안의 국산 콩 소비량을 보면 이 같은 상황은 보다 잘 드러난다. 국산 콩 소비량은 중기업종 지정 이듬해인 2012년이 가장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약 2만2591톤으로, 2011년 2만806톤에 비해 1600톤 늘었다. 2013년에는 2012년에 비해 1000톤가량 줄어든 2만1411톤으로 파악되고 있다. 즉 지난해 국산 콩 소비량이 2012년에 비해 1000톤 줄어든 것인데, 이는 콩 전체 소비량(2012년 12만2519톤, 2013년 15만4061톤)과 비교하면 1%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물량이라는 것이다.

이동주 중소기업연구원 박사는 “두부의 중기업종 지정으로 국산 콩 소비 시장이 위축됐느냐를 보기엔 국산 콩 두부로 소비되는 비중이 10%대에 그치고 있으며, 콩 전체 소비량으로 볼 때도 1% 수준에 불과해 두부의 중소기업 지정 자체가 큰 영향을 갖고 있다고 판단하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많다”며 “오히려 국산 콩 시장의 수급 상황에 따른 대기업의 경영 방침이 국산 콩 소비 위축을 불러왔다고 보는 것이 설득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대기업, 국산 가격 높아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무엇보다 이런 상황을 있게 하기까지 대기업이 그 원인을 제공한 부분이 있다는 분석이 눈길을 끈다. 2012년과 2013년 국산 콩 가격이 좋아 수입 콩과 가격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대기업이 국산 콩 수매량을 줄이고 수입 콩 사용 비중을 늘리는 등의 경영 수익 측면에만 초점을 두면서 국산 콩 시장의 어려움이 가중됐다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국산 콩(상품)과 수입 콩의 가격 격차(㎏ 기준)는 국산 콩이 1.5배 정도 비싼 편이다. 하지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최근 콩 관측 자료에 따르면 2011/12년에는 평균 가격격차가 5460원·3464원, 2012/13년 6228원·3861원 등으로 국산 콩의 가격 흐름이 평년보다 높은 시세를 유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콩 생산 의향이 높아졌고, 생산 과잉 등으로 인해 국산 콩 시세가 안 좋아질 것을 예상한 대기업이 신규 물량 구매에 적극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정부의 수급 정책과 맞물린 측면이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국산 콩 소비가 다소 떨어진 이유는 수입 콩과의 가격이 2배 가까이 벌어진 것이 큰 원인”이라며 “국산 콩 가격이 좋다보니 농가 생산 의향은 높아졌고 정부 차원에서도 이를 독려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대기업 입장에선 국산 콩 가격이 조만간 떨어질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재고물량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신규 수매 물량 등을 받아들이는 부분을 주저주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두부의 중기업종 지정 이후에도 대기업의 두부 사업이 전면 중단되거나 큰 제약을 받은 것이 아니라는 점도 주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확장 자제 조치를 받았을 뿐 영업 중단 등의 실질적인 피해가 가는 조치는 없었기 때문에 중기업종 지정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기보다는 대기업의 경영 방침에 따른 국산 콩 사용 감소 등이 문제라는 목소리다. 실제로 풀무원과 CJ 등 대기업의 두부 판매량과 점유율은 2012년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이동주 박사는 “대기업이 기존 제품을 프리미엄으로 포장해서 다른 제품 등과 함께 끼워팔기를 하면서 질서를 어지럽혀 불공정행위로 지적받아 이런 판촉행사가 중단됨에 따라 대기업에서 취급하는 물량이 줄었을 수는 있지만, 중기업종으로 이런 것들이 제약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9월 말에 결정될 예정이었던 떡, 막걸리, 순대, 두부 등 14개 중기업종 품목의 재지정 여부가 11월 말까지 연장됐다. 이에 따라 14개 품목의 지정 여부는 11월 말에 결정되며, 재지정 여부가 결정되지 않으면 중기업종에서 제외된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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