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주 원광대 복지보건학부

 

로컬푸드는 생산자들이 지역 소비자를 위해 생산하는 ‘지역 먹을거리’를 의미한다. 로컬푸드는 지역 소비자들의 욕구를 반영해서 생산이 이루어지며, 소비자와 사회적으로, 지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에서 유통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로컬푸드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는 지역 범위 내에서 대면적 관계와 상호호혜의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로컬푸드는 지역사회의 사회적 자본 증대에 기여한다. 로컬푸드는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신뢰를 증진시킨다. 지역에서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소비자는 생산자가 공급하는 먹을거리를 신뢰하게 되고, 생산자는 소비자의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 책임감을 가지고 먹을거리를 생산하여 공급한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배태된 이러한 신뢰는 먹을거리 영역을 넘어 시민사회 전 영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자본의 증대는 지역사회의 공공성과 민주성을 확산시킬 수 있다.

로컬푸드는 지역경제에도 이롭게 작용한다. 지역 범위에서 먹을거리의 생산과 가공, 유통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주민 참여의 지역 사업(community business)이 활성화될 수 있다. 이렇게 경제적 가치와 다양한 자원들이 지역 내에서 우선적으로 순환되기 때문에 지역경제가 되살아날 수 있다.

로컬푸드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호혜적 관계에 기대어 다품종 소량생산을 추진하기 때문에 식량자급률을 높일 수 있다. 경제적 효율성보다 지속가능성, 공공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당장은 이익이 없다 하더라도 미래의 식량주권 보장 차원에서 생산을 지속하게 하고, 생물 다양성을 유지시켜 나간다.

이러한 로컬푸드의 장점 때문에 이에 대한 사회적ㆍ정치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로컬푸드 직매장을 찾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로컬푸드의 이념과 원칙에서 벗어나는 정치적 활용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로컬푸드의 원칙과 철학을 진지하게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첫째, 사람이 만나고 있는가? 로컬푸드는 시장과 거대 농식품 자본에 의해 사라져 버린 생산자와 소비자, 농민과 도시민들 사이의 사회적 거리를 줄이고자 하는 것이다. 정치적 수단으로 변질된 유통수단으로서 로컬푸드는 사람들의 관계를 볼 수가 없다. 그것은 더 이상 로컬푸드가 아니다.

둘째, 신뢰ㆍ생태ㆍ느림ㆍ호혜 등의 대안적 가치들을 고민하고 있는가? 로컬푸드 운동은 대안운동이다. 기존의 사회가 추구하고 있는 상품화, 경제성, 효율성 등의 근대적 가치에 대해 성찰을 요구하는 것이다.

셋째, 지역 만들기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 로컬푸드는 먹을거리에서 출발하지만 지향점은 새로운 지역운동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모든 것이 서울로 집중된 곳에서는 쾌적한 삶의 공간으로서 ‘지역’이 새롭게 강조될 필요가 있다. 로컬푸드는 대안적 삶을 기획하는 지역 만들기의 강력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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