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한 조간신문에 ‘폭염에 채소 값 폭등’이라는 제하의 기사가 실렸다. 폭염과 휴가철 수요가 맞물리면서 채소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는 것. 그러면서 세부적으로 예시를 든다고 지난달 7571원이던 시금치가 이달에 1만1924원에 거래돼 58% 정도 값이 뛰었다고 친절히 설명했다.

그런데 이 기사에선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이 있다. 우선 ‘폭등’이라는 단어 자체가 갖는 거부감을 모르지 않을진대 자연스레 옮겨왔다는 것이다. 폭등이라는 말을 들으면 많은 이들은 대단히 큰 일이 발생했다고 여긴다.

그럼 폭등이라고까지 표현할 만큼 시금치 값, 나아가 채소 값은 대단히 크게 올랐는가. 그렇지 않다. 시금치를 보면 2010년 이후 5년 내 7월 동기 대비 올해가 최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폭등이라고 하면 평년의 같은 기간을 두고 비교해야지 지난달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방한복이 11월보다 12월 시세가 크게 올랐다고 폭등이라고 표현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또한 지난달이 어떤 달이였는지를 참고할 필요도 있다. 세월호 여파는 계속되고 있었고, 6·4 지방선거에 기대했던 월드컵 붐도 일지 않았던 그야말로 소비로 봐서는 최악의 달이었다. 당연히 이달보다 소비심리가 위축될 여지가 높았다.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가 죽는다고 했듯 이런 기사 하나에 해당 농민들은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폭등’이라고까지 표현되는 상품에 지갑을 여는 이들은 없다. 오히려 사려고 했던 이들도 ‘본전’ 생각이 들어 열려던 지갑마저 닫을 수 있다.

유독 올해 채소 시세는 바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7월 일부 품목에서 상승세를 탄다고 해도 예년과 비교하면 아직 형편없는 수준이다. 호박 등의 품목은 상품성이 있는 ‘상등품’까지 산지에서 폐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있지도 않은 ‘채소 값 폭등’이라는 기사가 아닌 ‘여름철 채소의 효능’에 대한 기사가 절실한 시점이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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