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의 들녘에선 한숨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말부터 수확했던 대파, 배추, 양파, 마늘 가격이 모두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산지 농산물가격 완충작용을 했던 농산물산지유통센터(이하 APC, Agriculture Product Processing Center)의 경영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APC의 경영위기를 단순히 농산물 가격하락에서 찾는데 엔 문제가 있다. 상당부분이 스스로 자초한 부분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책적 해결과제도 많다는 점을 정부도 놓쳐선 안된다.

APC는 그동안 수매, 가공, 유통 등을 담당하며 농촌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전남지역에선 농협 38개소, 민간 37개소, 지자체 2개소 등 모두 77개소의 APC가 운영중이다.

문제는 이들 가운데 30%정도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양파나 마늘을 취급했던 곳의 피해가 큰데, 주산지일수록 적자가 수십억원에 달할 정도로 엄청나다.

그런데 APC의 적자나 위축은 단순히 APC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경영이 악화되면 농업인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실제 APC들은 적자가 누적되면 수매에 소극적이며, 수매가격도 시장가격에 준한다. 사실상 산지가격을 지지해줬던 본연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이다.

APC에 대한 정부지원이 시급한 대목이다.

특히 APC에 대한 정부평가 기준은 당장에 바뀌어야 할 판이다. 현재 APC가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선 매입·매출 금액이 높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처럼 가격이 폭락하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양파 하나만 놓고 보면, 현재 가격은 지난해 1/3수준으로 같은 물량을 처리하더라도 금액은 1/3로 줄어든다. 평가등급이 낮아질 수밖에 없고, 각종 불이익을 받는다. 대표적인 곳이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가 취소한 해남군의 이레유통을 들 수 있다.

이밖에 무이자 또는 저리의 수매자금도 대폭 늘려야 한다. APC가 나서지 않으면 사실상 산지물량을 처리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APC에 대한 잘못을 따지는 것은 잠시 뒤로 미루자. 중국의 ‘흑묘백묘(黑猫白猫)’처럼 지금 농촌에 시급히 필요한 것은 농산물을 잘 팔아주는 APC를 더욱 확대하는 것이다.

안병한 기자 전남취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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