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화 유예종료 공청회

▲ 정부가 지난 20일 한국농어촌공사 인재개발원에서 WTO 쌀 관세화 유예 종료 관련 공청회를 개최한 가운데 참석자들이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한농연, 농업정책금리 1%로 인하·수입쌀 혼합금지 양곡관리법 개정·인프라 지원 등 주문
늦어도 7월에는 정부 공식입장 발표 전망…국회 “WTO 양허안 제출 전 비준동의 받아야”


정부가 지난 20일 WTO 쌀 관세화 유예 종료 관련 공청회를 한국농어촌공사 인재개발원에서 개최했다. 정부는 쌀 관세화의 불가피성을 언급하는 등 사실상 쌀 관세화를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에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관세화를 하되 쌀 경쟁력 강화 대책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 발표=송주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쌀 관세화 유예는 2014년 말로 종료돼 2015년 이후에는 쌀 관세화 또는 WTO 설립협정의 의무면제(웨이버)를 신청하는 두 가지 대안이 있다. 관세화를 할 경우 TRQ 증량 부담을 덜 수 있지만 수입량 급증에 대한 우려가 있다.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관세를 적용하면 TRQ 이외의 추가 수입물량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웨이버는 수입제한을 유지할 수 있지만 필리핀 사례를 볼 때 쌀의 TRQ 물량을 늘려줘야 하고 한시적인 조치로 언젠가는 관세화해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타결한 모든 FTA 협상에서 쌀을 양허제외했고 현재 진행중인 협상에서도 쌀은 양허제외한다는 전략이다. 박건수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심의관은 “쌀 관세화가 진행될 경우 향후 관세가 감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데 현재 추진 중이거나 향후 추진 예정인 FTA에서 쌀을 지속적으로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한농연 입장 및 요구사항=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현실적으로 의무수입물량(MMA)이 늘어날 수 있는 관세화 유예방안을 고려하기 보다는 관세화를 하되 쌀 경쟁력 강화 대책 마련 및 FTA·TPP 협상에서 쌀을 양허제외하는 내용의 대국민약속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세부적으로 현재 쌀 산업은 관세화와 의무수입물량(MMA)을 40만톤에서 최소 2배로 증대시키는 관세화 유예(웨이버)의 두 가지 길 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국이 쌀 관세화 유예를 인정받으려면 의무수입물량이 현재 보다 2배 이상 제시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쌀 수출국들이 다른 상품에서도 추가적인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웨이버를 적용할 경우 5년 내 쌀 소비량의 20%까지 의무수입물량이 증가할 수 있어 국내 농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손재범 한농연 사무총장은 20일 공청회에서 “필리핀처럼 갈 경우 국내 소비량의 20%에 이르는 수입쌀이 들어오고 5년 후에는 관세화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며 “MMA 물량을 조금만 늘려도 우리 농업에는 부담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농연은 쌀 관세화로 전환하기 이전에 국내 쌀 농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현행 3%인 농업정책금리 1%대 인하 △국내산과 수입쌀 혼합금지를 위한 양곡관리법 개정 △동계논 이모작 직불제 단가 인상 △쌀 산업 인프라 지원 확대 △TPP·FTA에서 쌀 양허 제외 ·기존 쌀 의무수입물량에 대한 해외원조 활용할 수 있는 권리 등 6개의 과제를 제시했다.

손 총장은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북한에 지원한 쌀 250만톤 중 95만톤을 외국에서 구입해 지원하는 등 그동안 관세화 유예 조치로 MMA 쌀을 대북지원과 해외원조에 활용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쌀 산업 인프라 구축을 위한 지원 확대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농연은 우선 산업용이 적용되는 RPC 전기료를 농사용으로 전환해 전기료를 인하해주고 건조저장시설 및 고품질 쌀 육성사업 지원에 대한 정부 보조비율을 현 30%에서 50%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향후 일정=농림축산식품부는 “정부의 공식 입장을 발표할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이 그동안 6월 말까지 정부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한 만큼 빠르면 6월 말, 늦어도 7월 중에는 쌀 관세화 유예 종료에 따른 공식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민단체들이 그동안 쌀 관세화와 관련 대책 수립을 촉구한 만큼 정부가 공식 입장을 표명하는 동시에 쌀 산업발전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는 국회 보고와 한국의 입장을 WTO에 제출(9월)하는 등의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정부는 현행 통상절차법(통상조약의 체결 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회에 보고하겠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FTA 협상이나 중요한 조약을 체결할 때 당연히 국회에 보고를 한다”며 “하지만 현행법상 사후에 비준동의를 받게 돼 있기 때문에 사전에 동의 받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회에서는 쌀 관세화가 시장개방과 관련해 중요한 통상문제인 만큼 WTO에 양허안을 제출하기 전에 국회의 비준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경대수 새누리당(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 의원은 “쌀 관세화가 시장개방과 관련한 중요한 통상문제이기 때문에 국회의 비준동의를 받는 것이 맞다”며 “내년 1월 1일부터 쌀 관세화를 한다면 그 이전에 국회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수 새정치민주연합(전북 진안·무주·장수·임실) 의원은 “쌀 관세화는 국회의 비준동의 사항”이라면서 “정부가 시간을 얼마 남겨놓은 상황에서 쌀 관세화 결정을 발표하고 결국 국회가 검증할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주지 않으려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현우, 조영규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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