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통상관계대책특별위원회가 지난달 28일 개최한 TPP 관련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TPP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김흥진 기자

미국 “새로운 참가국은 12개국 협상완료까지 참여 불가”
우리나라 입장 반영되지 않고 협정문에 서명만 하는 꼴  
‘입장료’로 쌀 관세철폐·쇠고기 수입 완화 등 내줄 우려


우리나라의 TPP 참여가 ‘협상도 못 하고 의무만 지는 단순가입’에 불과하다는 목소리와 더불어 ‘예외없는 관세철폐’라는 원칙의 TPP는 농업분야에 상당한 피해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 같은 주장은 국회 통상관계대책특별위원회가 4월 28일 개최한 ‘TPP 대응방안 모색을 위한 공청회’에서 나왔다. 이날 의원들은 TPP 참여에 따른 효과 및 피해 등에 대해 전문가들과 의견을 주고 받았다.

▲‘참여’없는 단순가입=우리나라가 TPP에 참여하는 것은 결국 기존 협상당사국인 12개국이 만든 기준에 서명하는 ‘가입’의 의미가 크다는 주장이 제시됐다.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는 “새로운 시대적 조류인 TPP에 언젠가는 가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협정이 체결되기 이전에 참여해 초민감품목에 대한 고려여지를 최대한 확보해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무법인 지향의 남희섭 변리사는 “미국은 새로운 참가국은 12개 협상국의 협상이 끝날 때까지는 협상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만약 이 상태로 TPP에 가입한다면 국내 이해당사자의 입장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협정문에 서명만 하고 조약상의 의무만 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현재(경기 하남) 의원이 재차 “현 시점에서 TPP 참여가능성이 있는가”라고 묻자 남 변리사는 “나한테 유리한 계약조건을 제시할 수 없고 나만 서명하는 꼴인데 가입만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TPP 참여가 가능한지에 대한 김선동 통합진보당(전남 순천·곡성) 의원의 질의에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안된다고 본다”고 단정지었다. 그는 “국회에서 12개국에 TPP 협상참여가 가능한지를 확인해도 될 것 같다”면서 “5월 12일부터 베트남에서 TPP 미팅이 있는데 그 때 한국이 초대받았는지 확인하면 될 것 같다”고 요구했다. 이에 김선동 의원도 “통상관계특위에서 확인하는 과정을 가졌으면 한다”고 동의했다.

이와 관련, 최경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원칙적으로 우리나라의 TPP 관심표명은 환영하고 있지만 협상타결시점이 불투명해 우리나라의 참여가능시기나 참여여부에 대해서 확답을 못받고 있다”고 현 상황을 밝혔다.

▲농업분야, 심각한 타격=TPP로 인해 농업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또다시 제기됐다.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은 “한국이 TPP에 참여하거나 가입하는 것을 동의해주는 대가로 미국이 한·미 FTA와 연계하거나 혹은 별도로 소위 ‘입장료’라고 부르는 대가를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며 “한·미 FTA 협상 시작 당시 4대 선결조건과 같은 선행조치를 ‘입장료’라는 이름으로 요구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장료에는 주로 쌀의 관세철폐 혹은 대폭 인하, 쇠고기 수입위생검역조건 철폐 혹은 대폭 완화, 유기가공식품 동등성 인정 등과 같은 농업현안이 주요하게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한 TPP가 우리나라 쌀 산업에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장 부소장은 “만약 쌀 관세화 전환 이후 TPP 협상 등과 연계돼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한다면 정부측 논리의 핵심적인 전제조건이 백지화된다”며 “밥쌀용 쌀을 수출할 수 있는 나라는 사실상 미국과 중국 밖에 없는데 TPP나 FTA 등을 통해 미국 혹은 중국 가운데 어느 한 나라에게라도 관세를 감축할 경우 고율의 관세라는 것이 사실상 빈 껍데기만 남고 무력화된다”고 언급했다.

이해영 교수도 “일본은 쌀의 관세철폐 예외를 유지하기 위해 의무수입물량 확대로 협상하고 있는데 만일 이 시나리오가 한국에 적용될 경우 2014년 이후 의무수입물량 누적으로 인한 부담경감을 위해 쌀 관세화를 선택했음에도 TPP 가입으로 인해 고율의 쌀 관세를 유지하기 위해 다시금 의무수입물량을 늘려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TPP 미참여시 피해 저조=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시아태평양실장은 “CGE 분석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TPP 참여시 2.5~2.6%의 소득증대효과가 있으며 불참시 –0.19%의 소득감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남희섭 변리사는 “CGE 분석에 있는 수치로 볼 때 상당한 피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의 무역에서 수출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는 있지만 이 수출이 FTA 때문에 된 것이 아니다”라면서 정 실장의 의견을 반박했다.

또 이해영 교수도 “정부측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피해규모가 연간 40억원에서 200억원에 이른다고 하는데 우리 경제가 40억원 손해봤다고 흔들릴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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