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는 풍년인데, 들판엔 풍년가대신 곡소리만 들린다. 대파·양파·겨울배추 등은 출하작업 대신 밭에서 갈아엎기 바쁘다. 2014년 지금 우리 농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농산물 가격은 폭락하는데 그보다도 싼 가격에 수입농산물이 밀려오고, 결국 생산비도 안되는 가격에 농민들은 출하조차 포기하고 주저앉았다.

최근엔 이런 가격폭락과 거래둔화가 마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강진군 작천면은 품질 좋은 마늘로 유명하다. 해마다 150여ha에서 마늘을 재배하며, 좋은 마늘을 찾아온 상인들과 2월이면 대부분 포전거래가 완료된다. 농민들은 선지급금으로 받은 돈으로 봄철 영농비며 생활비를 충당했다.

그런데 올해는 상인들 발걸음이 뚝 끊겼다. 4월이 되도록 단 한건의 거래조차 없다. 고흥·신안 등 대규모 마늘주산지도 분위기가 신통치 않다. 누적된 재고에 마늘가격이 폭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상인들도, 농협도 지금은 그저 관망할 뿐이다. 그 사이 농민들의 가슴은 시커멓게 타들어간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농산물 가격폭락 문제가 이젠 품목을 가리지 않고 거의 해마다 반복된다는 것이다. 원인을 두고도 값싼 수입품 때문이다,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감소다, 과잉재배로 인한 생산량증가다 말은 많지만 문제는 해결책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위에서 거론된 모든 것이 다 원인이기에, 처방 또한 복합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까지 정부대책은 대부분 사후약방문 격이다. 산지폐기가 결정된 겨울배추나 양파도 이미 지난해 말부터 가격파동이 예견됐는데도 정부는 기준가격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며 지켜볼 뿐이었다. 그리고 폐기가 결정된 시점에서 농민들은 상실감이 너무 컸다. 이런 늑장대응은 시장반응도 신통치 않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 했다. 이제 정부도 생산량 조사에서부터 소비동향까지 사전에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이런 작업은 지금도 하고 있다. 문제는 신뢰다. 농민들이 믿지 못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결과가 나온다면 혼란만 가중시킨다.

최상기 부국장 전남취재본부 chois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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