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시 둔포면 이화동길 235번지에 위치한 ‘주원농장(대표 김경석)’. 자연의 신비함이 가득한 ‘자신찬 유기농’이라는 브랜드가 사과, 배가 어우러지는 마크와 함께 반겨준다. 인근 공단 개발로 옛 모습이 많이 변한 가운데에서도 낮게 펼쳐 있는 이 마을은 온통 배 밭으로 꽉 찼다.


마치 미로와 같이 차 한 대간 간신히 지나갈 정도의 좁은 길을 따라 가다보면 배 밭뚝에 모기장과 같은 푸른색 차단막이 둘러쳐 있고 중간 ‘유기재배 농원입니다. ‘농약이 비산되지 않도록 조심해 주십시오’라는 푯말이 붙여 있다. 이웃 배 밭의 농약살포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경계망인 것이다.
농장 입구에서부터 남다른 모습을 보인 주원농장은 유기농 배 농장이었다. 말이 유기농이지, 농약을 전혀 치지 않고 배를 키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전국에서 몇 명 되지 않을 정도로 기후변화와 병해충 등을 이겨내고 안전한 고품질 배를 생산하고 있는 주원농장.
“식물들이 모두 영특해요. 얘네들은 자기 취향에 맞게 자기 보호나 대응을 한답니다. 곤충들도 마찬가지죠. 날씨가 도와주고...우리는 자연을 이용할 뿐입니다.” 농장의 살림을 도맡고 있는 농장주 김경석씨의 아내 장상희씨는 자연론을 내세운다.


(사진 상- 가공용 배를 선별하기 위한 창고 /하-  전체 생산량 중 50%가량을 배즙용으로 만들기 위한 가공시설)
50년생 배나무 밑에 깔려 있는 유기농 볏집을 들춰보이며 잘 보이지 않게 살고 있는 수많은 곤충들을 마치 얘들처럼 부르면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배 밭에서 자라고 있는 풀들은 모두 40여종으로 각기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단다. 해충들이 먹는 풀들이 모두 다르고 천적들이 해충을 잡아먹어 자연 방제가 이뤄게 된다. 응해, 진딧물, 깍지벌레, 순나방 등 배나무에 유해한 이들 해충들의 먹이사슬을 고려하여 자연 치유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 관행 농법에서는 배 밭 잡초를 제거해야 되지만 오히려 잡초를 길러 초식 곤충의 먹이를 제공하고 이들 곤충이 각종 해충을 잡아먹도록 하는 방식이다. 배나무 사이사이 거미줄이 많은 것만 보아도 곤충과 해충의 삼각관계를 손쉽게 짐작 할 수 있다. 


(사진 - 10여 년간 자연 그대로 키운 유기농 농장)
주원농장이 가장 신경 쓰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토양관리다. 매년 봄부터 1개월씩 기술센터를 통해 토양검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토양의 상태에 맞는 지력 관리가 이뤄지는데 검증된 유기농 퇴비를 배나무 사이에 골을 깊게 판 다음 살포하고 짚과 함께 덮어준다. 지렁이가 많아질 뿐 아니라 짚 속의 미생물이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한다. 최근에는 보다 안정적인 배 생산을 위해 추황, 감천, 원황 등 병해에 강한 저항성 품종으로 수종 갱신도 시도하고 있다.
지난 10년간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소비자 감동
이렇게 전체 5151㎡(1만7000여평)에서 유기농 배가 생산된다. 연간 생산량이 약 150톤 정도로 이제는 물량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유기농 배 값이 일반품보다 2배가량 비싸지만 유기농에 대한 고집과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가 소비자들에게 감동을 줬다. 최근 인터넷에 ‘안전하고 품질 좋은 유기농 배를 생산해 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댓글이 많아지는 것도 김 씨 부부에게 힘을 주는 요인이 되고 있다.그러나 지난 10년간 유기농 주원농장을 만들기까지는 수많은 고난이 뒤따랐다. 2004년 순나방 피해로 농사를 망치다시피 했으나 이를 계기로 유기농을 해 보겠다고 결심하였다. 이후 2006년에 유기농인증을 받았다. 당시 유기농 배 농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발 벗고 나섰고 지금은 유기농배연구회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사진 좌 - 해충 천적 거미가 유기농 배 농사를 돕는다. /우 - 친환경농산물 인증 농장의 스타팜 지정서)
유기농 배는 생산 후 판매가 가장 큰 관건이다. 도매시장에서 거래되는 관행농법의 일반 배의 표준규격과 비교하면 외관상 특‧상이 적고 모양과 색택 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상품을 제외한 중하품의 재고율을 줄이기 위해 중탕기를 이용하여 즙을 내서 파우치로 판매를 하게 됐다. 안전하고 품질이 좋다고 알려지면서 주문이 계속 늘었고 현재는 정부 지원을 받아 30.3㎡(100여평)에 하루 1톤의 즙을 생산할 수 있는 가공 시설을 갖췄다. 전체 생산량의 약 50% 가량을 가공을 통해 유리병과 파우치 등으로 판매함으로써 소비자들 구매에 대한 선택폭을 넓혔다.


(사진 좌 - 유기농 볏짚을 깔아 지력을 높여준다./ 우 - 자연 그대로 만들어 낸 유기농 배)
한살림 등 소비자단체 회원부터 미국 캐나다 한인마트까지 수요량이 증가해 제품의 종류를 다양화시킨다는 방침이다. 현재 연구기관을 통해 제리 형태의 건조 배를 생산할 계획으로 구체적 방법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가루나방의 피해로 돌배 같은 물량 1000여 상자 밖에 수확하지 못한 쓰린 경험이 현재와 같은 가공 상품의 개발과 판매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경석 농민은 이 같은 유기농 배를 키우게 된 동기에 대해 “태어난 고향에서 선친이 농약 중독의 위험을 무릅쓰고 지킨 배밭을 철학과 인문학에 근거한 지속가능 농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는 무엇보다 농사를 짓는 보람을 느낀다면서 1남2녀 중 막내인 태훈(16세)이 에게 유기농 배 농사를 물려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자연 그대로, 자연의 논리대로 배 농사를 짓되 재배면적으로 10만평까지 확대한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또한 현재 아산시 관내 학교급식에 일부 물량이 공급되고 있으나 앞으로 모든 학생들이 유기농 배를 먹을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 - 다양한 형태의 배즙 원액)
주원농원의 자랑스런 유기농 배 생산 부부는 “유기농은 선조들이 시행했던 경작 방법으로 생태를 살리는 농업이며 유기농산물을 소비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농업과 환경을 살리는 일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치선hongc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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