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농림정책의 제1과제는 농업의 6차 산업화다. 장관이든 진흥청장이든 다 그 소리다.

이뿐인가? ICT니, BT니, 융복합이니 그럴듯한 문구는 잘도 갖다 붙인다. 농식품부 홈페이지에도 6차 산업화가 국정과제 1번으로 올라와 있다. 그러면서는 2017년까지의 실천계획으로 농촌인성학교 지정, 특화농공단지 50개소 조성 등을 제시하고 있다. 당최 무슨 소린지 알 수 가 없다.

도대체 농촌인성학교와 6차 산업은 무슨 연관이 있단 말인가. 정말로 장관 이하 농식품부 공무원들은 농공단지를 만들면 식품가공회사가 줄줄이 입주해 농산물 판로처가 여기저기 생길 것이라 믿는단 말인가. 순진함인가 아니면 빤히 알면서도 눙치는 교활함인가.

농식품부는 허황된 미래만 약속하지 말고 당장 2013년을 기억해야 한다. 농민에게 2013년은 최악의 해였다. 배추·무·양파·고추·감자·옥수수·잡곡에 이르기까지 모든 농산물이 결딴이 났다. 뭐 하나 값나가는 게 하나도 없었다. 곤두박질칠 수 있는 최저선까지 끝모르고 바닥만을 향했다. 소득은 없었고 빚만 남았다. 농민에게 돌아온 것은 절망과 허탈 뿐이었다.

재앙의 2013년, 원인은 하늘과 정부에 있었다. 태풍도 냉해도 없었던 작년, 모든 농산물은 평년 이상의 결실을 맺었고 모든 게 똥값이 됐다. 너무나 평온하기만한 하늘 때문이었다.

모든 농산물값이 바닥을 헤맬 때 농식품부는 현실적이지 못하고 미래지향적(?) 이기만 했다. 폭등시에는 수입농산물로 재빠른 대응을 보이던 농식품부가 폭락장에서는 철저히 무능력했다. 농민들은 올해 또 하늘만 쳐다보게 생겼다. 하늘이 노해야 그나마 건지는 품목이 있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농민에게 필요한 건 6차가 아니라 1차다. 1차 농산물이 다 결딴나는 판에 6차를 떠드는 건 사기다.

이평진 기자 leep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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