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귀촌한 A씨와 농민이 만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예를 들어 가을배추가 풍년이 들어 제값을 못 받고 있는데 도시에서 전직 보험왕을 하신 분이 귀촌해 왔다. 먼저 탐색과 친교를 거쳐 일체성을 형성한 다음에 구체적인 농산물 판매에 대해 이야기 할 것이다. 계통출하가 아닌 직거래를 할지, 충성도 높은 고객을 마을로 오게 해 체험행사를 개최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도시민과 함께하는 역발상 시도를

품질과 신선도가 뛰어나고, 시중가격보다 싸다면 체험행사는 대성공을 거둘 것이다. 우리는 이런 시너지 혹은 융합 결과를 ‘메디치 효과(MEDICI EFFECT)’라고 말한다. 즉, 전혀 다른 역량의 융합으로 생겨나는 창조와 혁신의 빅뱅 현상을 의미한다. 메디치라는 말은 르네상스 시기에 이탈리아 피렌체를 지배하던 메디치 가문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메디치 가문은 당대의 예술가·과학자·철학자·상인 등 이질적 역량을 한데 모아 르네상스라는 역사적인 창조의 빅뱅을 주도했다. 메디치 가문에서 배울 교훈은 기업과 개인이 단순한 잡탕이나 퓨전에 머물지 않고, 진정으로 메디치 효과를 실현하는 실행원칙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농업과 농촌·농 민에게 어떤 역량과 결합시켜 메디치효과를 극대화할 것인가. 지금까지 정부가 지난 60여년 동안 집행한 농업정책을 보면 초창기에는 농정 틀과 물리적인 측면에 역점을 뒀다. 이어 새마을운동을 통해 정신적인 측면에, 다시 90년대 농산물개방에 이어 WTO·FTA시대에는 농산업과 농식품 생산과 수출을 위해 전력투구를 하고 이제 6차산업에 눈을 떴다.

하지만 뭔가 부족한 것이 있다. 자본과 기술이 투여되면 부가가치가 창출돼야 하는 것이 경제학의 기본이지만 농업에 있어서는 결과가 다르다. 필자는 그 이유를 ‘근친상간’이라고 본다. 수많은 도시민들은 매년 가을 쌀 가격 때문에 데모하는 농민을 보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왜 200조원씩이나 지원했는데 아직도 데모를 하느냐고. 근친상간은 산업 경쟁력을 없애고, 부패와 폐쇄성을 강화시킨다. 이런 내재적 모순이 스스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외부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것이 메디치효과다. 귀농·귀촌이 농업·농촌의 메디치 효과를 만들 것이다. 한국 농업·농촌의 르네상스를 만들려면 몇 가지 준비를 해야 한다.

첫째, 도시와 농촌의 장벽을 허물자. 농민이 변해야 농촌이 변한다. 귀농·귀촌인을 불신의 눈, 텃세의 눈으로 보지 말고 다양한 문화를 인정하자. 도시민과 함께하는 역발상을 시도하고, 도시민과 함께 소득을 창출해야 한다. 둘째, 도시민을 마을 일에 참여시키고 업무의 다각화를 실시하라.

텃세의 눈 거두고 다양한 문화 인정

도시민이 마케팅·경영·컨설팅·판매·ICT·수 출 등에 참여한다면 마을기업과 마을국가가 탄생한다. 다양한 경험에서 나오는 교차점은 새로운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셋째, 도농융합으로 많은 아이디어를 창출하라. 피카소는 2만1000점의 그림을, 아인슈타인은 242편의 논문을, 에디슨은 1039건의 특허를 신청했다. 이처럼 아이디어는 양과 질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 양적 증대는 필연적으로 질적 변화를 초래한다. 농촌이 가진 박제화 된 상식과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변화와 창조를 실현하는 것이다. 때문에 귀농·귀촌인이 필요하다. 넷째, 새마을운동과 귀농·귀 촌을 연계하라. 새마을정신은 대한민국 국가재테크의 근원이다. 누구나 갖는 처음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준 어머니와 같은 존재다. 때문에 고진감래(苦盡甘來)를 실현시킬 정신적 지주다. 새마을의 자조정신과 도농이 융합하는 협동정신, 근면 성실한 마음으로 마을공동의 일을 헤쳐나간다면 새로운 교차점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귀농·귀촌과 농업농촌이 만나 새로운 도약을 하기 위해 정부가 몇 가지 더 판단해야 할 일이 있다. 현재와 같은 335억원의 예산으로 한해 농촌으로 이주하는 5만명의 귀농·귀촌인을 만족시킬 수 없다. 매년 귀농·귀촌하는 사람들을 위해 지원하는 게 1인당 67만원의 예산이다. 일본은 연간 1인당 2000만원 정도의 지원금을 총 7년 동안 지원하고 있다. 우리보다 1인당 30배나 많은 예산이다.

지금의 335억 예산으로는 만족 못해

또 우리가 가장 취약한 부분인 체계적인 민간교육기관이 전무하다. 때문에 교육과 훈련, 정보제공이 미약하기에 현장에서 갈등이 발생하고 역귀농이 나타난다. 이러한 부분의 정부 예산은 현재보다 3배 이상 늘어나도 부족하다. 귀농·귀촌은 국가재테크이자 제2의 새마을운동이다. 국회와 관료의 전향적인 자세와 노력이 역사를 바꾼다.

유상오 원장은 국내 귀농·귀촌 컨설턴트 1호로 현재 한국귀농귀촌진흥원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귀촌창업 부자들’·‘은퇴하면 뭐 먹고 살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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